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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쓸데없는 이야기

알 수 없다는 것 - 2

어제는 저녁에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 해운대를 들러 밥을 먹고

밤차로 늦게 대전을 올라왔다.

피곤하여서 그런지 수면제를 먹지 않고도 나름 푹~ 잔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우유와 커피 그리고 볼 일(?)을 보고 앞 산을 가기 위해 나왔다.

 

집을 나서니 땅은 이미 약간 젖어 있고 는개가 흩뿌려지고 있었다.

폰으로 예보를 보니 0.1mm~0.5mm/hr 정도이기에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한 2-30분을 지나고 나니 이제 이슬비 정도가 되었다.

'햐~ 어쩌지?'

그냥 앞으로 나아가려니 걱정스럽고, 뒤로 돌아가려니 괜히 아까워 후회할 것 같기도 하고...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그렇다고 그냥 멈추어 서 있을 수는 없는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나이 50의 후반전을 뛰고 있는 요즘, 특히 곧 이직(移職)을 앞둔 오늘.

언제부터인가 느끼기 시작한 삶에 대한 나의 입장과 너무도 비슷하지 않은가 싶다.

 

20여 년 전 군대에서 간혹 심심해서 병사와 바둑을 두었는데, 유독 그중의 한 장면이 간혹 떠 오른다.

초반은 분명 내가 확고한 우세를 점하였는데, 가볍게 여기며 가다가 후반전에 대마(大馬)가 잡히면서 패배가 확실해졌다.

"미안하지만 한 수만 물리면 안 되겠나?"

단호하게 "안됩니다."

"아니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음... 다시 돌아갈 수 없나?"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먼 길을 온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단 큰 비가 아니기에 그냥 진행을 하였고, 

중간에 비가 굵어지기에 산은 하나만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냥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만족스러운 선택이 된 셈이다.

 

하지만 남은 인생에서는 이 길이 이 걸음이 어찌 될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폭우로 바뀔지, 스산한 바람만 불며 이슬비 정도로만 흩뿌려질지, 차츰 해가 비칠지...

이미 멈출 수는 없고, 더더욱 돌아갈 수는 없고, 그냥 그렇게 가야만 하는 이 길.

그래도 50대 후반의 길 위에서 잠시 잠시 쉬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