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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쓸데없는 이야기

이런게 갱년기 장애인가?

어제 밤에는 월드컵 축구 2차전에서 가나에게 2:3으로 졌다고 한다.

문체를 봐서 느끼겠지만, 나는 전반적 15분 정도만 보고 별 재미가 없어서 TV를 껐었다.

그냥 혼자 방에서 낮에 읽었던 에리크 뷔야르의 '그 날의 비밀'을 마저 끝냈다.

약 150 페이지 정도의 큰 활자체로 씌어진 작은 부피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그리 작지 않은  2차 세계 대전에 대하여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용의 소설(?)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소설이 맞기는 한 지도 약간 애매하다.

하지만 2017년 콩쿠르 상을 수상하였다니 소설이라 해야 하겠지만,

오히려 내용이나 흐름면에서 에세이에 더 가깝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가의 '7월 14일'을 읽어보면 '아~~'라는 느낌으로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느끼게 해준다.

 

하기사 엘리아스 카네티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결정적인 작품도 '군중과 권력'이 아니었는가.

문학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그 광대함, 그리고 그 한계를 다시 생각해 봐야할 게다.

어떤 형식과 구조로 얽매어 두려는 습관적인 남한식 교육 제도에 찌든 머리가 약간 피곤하겠지만... 

 

다시 축구로 돌아가야겠다.

나는 올해 왜 월드컵 축구에 이리도 관심이 없는 것일까? 특히 한국전에 대해서.

그래도 다른 관심있는 나라의 경기는 저녁에 산책 다녀와서 보기도 하는데 말이다.

첫번째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4년에 3경기를 보면서 길거리에서 쇼를 하는 인간들의 이중적인 형태에 대한 반감인가?

나는 축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챔피언스 리그나 EURO 본선 경기에서 관심있는 국가의 경기를 보는 정도이다.

축구는 골을 넣는 장면등 결정적인 하이라이트 외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

- 그러고 보니 요즘은 야구도 전 경기를 다 보는 경우가 거의 없네...-

그런데 나 보다 축구를 더 보지 않는 더 좋아하지도 않는 이들이 이 때만 되면 왜 그리 길거리로 튀어나오는 건지?

둘째는 쓰레기 언론들이 조장하고 그들이 외치는 그 유치한 쇼비니즘적 구호들이 짜증난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중의 하나가 '反 인종주의, 反 민족주의' 그리고 국가주의적 구호에 대한 경고등이다.

축구만이 아니라 야구에서도 그러하지만, 국기를 흔들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을 보면서

평소에는 축구장 한번 가지 않던 그들에게,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는 축구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 예전 야구 경기에서 일본에 이겼다고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선수나,

그것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같이 흥분하는 쓰레기 언론들이나...-

셋째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역시 '자본'의 논리이지만, 이제는 많이 시들해져 뭐라하기에 약간 거시기 하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런 그들의 무관심 자체가 '자본'의 본성이며, 그것에 의해 갉아먹힌 축구의 현 수준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은 오늘날 들어 생긴 것들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 2022년 월드컵 한국 경기에 대해 무관심해 지는 것인가?

처음에는 정치적 트라우마의 후유증인가? 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이 더러운 2022년, 너무도 힘겨운 2022년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이어지는 것인가?

 

지난 토요일 친구들이 내려와 1박 2일을 보내면서 새로운 것을 느꼈다.

술을 마시다가 그 중 한명이 "A~C, 요즘은 분노 조절 장애가 생겼는지 왜 이리 짜증과 화가 많아졌는지 모르겠어."

그는 태극기 부대 수준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전형적인 우익(?) 의사이기에,

요즘 정치적 애로는 당연히 없을테고, 나중에 들어보니 개인적 투자도 쏠쏠한 정도 이상의 재미를 보고 있던데...

그런데도 걔가 왜? -화내지는 않겠지...-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나도 그런데...', '나도 그런데...'

결국 술자리에서 내린 마지막 진단 결과는 '갱년기 장애'

 

순간 많은 것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하나의 병명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내가 사춘기는 제대로 겪었었는가? 별로 기억이 없다.

당연히 나는 모른다. 내가 그때 어떠하였는지 정확히 객관적으로 알기는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오늘 50대 중반에 새로운 '장애'를 앓는 것인가 보다.

 

약을 먹어야 하나? 그런데 남자들의 '갱년기 장애'에도 무슨 특별한 치료제가 있는가?

모르겠다. - 나는 왜 이리 무식한건지...

그래도 일단 1차적인 병명은 알아낸 것 같으니, 무슨 수가 생기지 않겠는가.

 

참 별 희한한 '病'도 다 생기는 구나 싶다.

햐~ '갱년기(更年期)'라... 참 내....

 

ps) 어제는 운동화가 닳아서 하나 새로 구입하려고 인터넷을 뒤졌다.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아디다스가 꽂혀서 1-2시간을 더듬고 다녔는데, 결국 주말에 대전 직매장에 가서 사기로 했다.

결정을 못 내리겠다. 예전에는 참 과감하게 결정을 잘 내렸었는데...

- 그래서 별 어려움 없이 학교도 그만둘려고 하였고, 직장도 옮기고..., 뭐 좋은 일은 없었나? -

이제는 결정을 내리는 게 너무 어렵다. - 이런 결정 장애도 '갱년기'의 증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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