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딸과 떨어져 'Altdorf Bahnhof(역)'에 혼자 발을 디디는 순간, 어떤 감흥 같은 것을 느낄 새가 없었다.
제법 굵은 빗줄기가 얇은 윗옷 위로 떨어지고 있다.
재빨리 출구를 찾아 역을 나와 역사의 처마밑에서 무거운 가방을 뒤적여 잠바를 꺼내어 입었다.
- 실수였다, 처음부터 저 밑에 박혀있는 우의를 꺼냈어야 하는데...-
도착 첫날이라 여기서 점심을 먹고 시내 구경을 한 이후 케이블카로 중간 지점까지 올라갈 계획이었지만 뒤틀리고 말았다.
급히 화살로 사과를 맞추었다는, 스위스 독립의 정신적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윌리엄 텔' 동상을 찾았다.
아뿔사~ 대체 시내 어디에 있는 거지?
혼자 낯선 타국 초행길에 비는 내리고, 너무 정신이 없다.
급히 시청을 검색하여 걸어가 본다. '그래 시청에서 시작해 보자.' 시간은 많다.
다행히 10여분 거리의 시청에 도착하니 커다란 동상이 보인다.
-- 그래 여기서부터 나의 첫 'lonely Alps trekking'은 시작되는 거야!
시청 주위에 버스가 있기에 '파파고'의 힘을 빌려 케이블카까지의 표를 구매하고 출발한다.
이런, 케이블카에 도착하니 사람이 아무도 없다.
별로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다 보니, 필요하면 전화를 하여 끌어올려 달라고 해야 한다.
어렵게 미숙한 영어로 통화를 하고 케이블로 고도를 올린다.
비는 계속 내린다.
-- 이때까지만 하여도 이 비가 월요일 화요일까지 이어질지, 8월 한 여름에 폭설을 맞으며 알프스를 걷게 될지는 상상도 못 했다.
이제 본격적인 ''Via Alpina' - lonely Alps trekking'이 시작된다. - 다행히 약간 빗줄기가 가늘어진 듯하다.
토요일 오후 인천 공항에서 출발하여 아부다비 공항을 거쳐 취리히로 입국.
이때까지는 그래도 딸이 함께 하였기에 그리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제는 말도 통하지 않고 지리도 알지 못하는 너무도 낯선 이 길에서 10일을 보내야만 한다.
약간 막막하기는 하였지만, 놀라운 주변의 경치에 잘못 왔다는 그런 느낌이나 후회는 전혀 없다.
본격적인 trekking 출발이 1525m에 위치한 Brüsti인데, 주변 경치는 출발부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비는 약하게 내리고 있었지만 그 경치는...
천천히 사진 찍고 경치 구경하면서 1시간 정도를 못 가니 예약한 숙소-'산장 Alp Grat'-가 보인다.
문을 두드리니, 어떻게 왔냐고 한다.
오늘 산장 예약한 사람이라고 하니 주인이 당황해한다.
알고 보니 손님이 나 혼자 뿐이기에 잊어버렸다고 한다. ㅎㅎㅎ
간단히 맥주 하나를 시켜 마시며 주변 경치를 구경하고,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농장이라 그런지 소 똥등의 냄새가 제법 났지만, 이틀간의 비행으로 힘들었는지 쉽게 그리고 깊게 잠들었다.
내일부터의 본격적인 lonely Via Alpina Trekking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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