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걸어야 할 길은 그리 길지는 않다. 약 15km 내외?
하지만 초반에 고도를 1000m 이상 올려야 하기에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케이블을 타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벌써?? - 그건 아니지...
드디어 빨래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여름이라 라디에이터에서 열기는 거의 없고, 계속 이어지는 비에 빨래는 안 마르고...
이것저것 다 신경 쓰면 머리만 아플 뿐이다. 대충대충...
약간은 빈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 같은 여행객을 위한 적당한 방이라 여겨진다.
밖을 내다보니 벌써 저 위에는 본격적으로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오늘 또 하루를 나름 힘차게 출발해 보려고 한다.
알프스 구석구석의 작은 소품들이 이색적이고 재미있다.
이 땅과 마찬 가지로 대부분이 종교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도 하고.
이 의자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맞은편의 베네딕트 수도원이 눈에 들어온다.
저 구름등만 없다면 더욱 멋진 광경일 텐데... 약간 안타깝다.
비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레 구름과 안개도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며
간헐적으로 주변의 조망을 보여주곤 한다.
여기는 그 유명한 만년설을 볼 수 있는 3200m 이상의 티틀리스산 등이 그 위용을 자랑하는 곳인데,
밑에서는 뭐가 뭔지 제대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가 전형적인 스위스의 전경을 보여주고 있다.
걸어가기에 너무 좋은 길이었다.
그래, 이런 전경이었을 텐데...
여전히 케이블카는 부지런히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스위스는 진짜 케이블 카 천국인 아닐 수 없다.
웬만한 곳에는 모두 설치되어 있고, 지금도 설치 중이다.
아무리 늙은 노인들도 10분 20분도 이상 걷지 않고 스위스를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참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어느덧 케이블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랐다.
오늘은 여기서 오르막이 끝인가? - 그럴 리가...
단지 케이블을 갈아타는 곳이며, 내가 가는 'Via Alpina'길이 약간 방향을 트는 지점일 뿐이다.
대신...
이런 높은 곳에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호수가 있다니...
다른 영상을 보니 저 짙은 안개 주위로는 역시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고.
하지만 앞으로 진행할수록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는 금세 잊혀 버린다.
더 많은 더 아름다운 산정 호수들이 줄을 이어 늘어서 있으니...
잠시, 아주 잠시 비가 그치는 듯하더니 2000m 고지를 넘어서면서 다시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자연히 알프스 트레킹 길의 표식인 노란 빨강의 페인트가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길을 더듬어 찾아간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니 말이다.
올라갈수록 눈은 더욱 쌓이고, 이제는 발목을 덮을 정도이다.
8월 한 여름에 폭설을 맞다니... 그것도 다름 아닌 알프스에서...
돌아보니 지금은 너무도 소중한 추억이지만, 당시는 춥고 약간 두렵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어느덧 Joch Hotel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Joch Pass를 지난다.
당연히 카페에 들어가 쉬어야지.
만만한 게 'Beer, half Liter'이다.
따뜻한 실내에 있으니 제법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런데 한 두 명 빼고는 전부 여자들이다. 물론 전부 백인들이라 정확한 국적은 모르겠다.
눈 내리는 8월의 화요일을 산에서 즐기는 특권은 유럽이나 한국이나 '여성'들만의 것일까?
아이젠이 없어 조심조심 내려온다.
다행히 미끄러지거나 길을 잃지는 않았다.
역시 1800~2000m 정도로 내려오면 눈이 다시 비로 바뀐다.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호수들의 향연.
이제 오늘 쉴 곳이 저 멀리 보인다.
다가가니 교회가 약간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여기는 사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신도도 없는데 운영이 될까?
너무 '한국식 개신교'에 찌든 추론 같아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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