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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다녀온 이야기

'Via Alpina - 5' - Meiringen에서 Grosse Scheidegg까지

아침을 먹고 숙소에서 나와 다시 길 위에 오른다.
다시 셜록 홈즈 박물관을 지나면서 길을 이어 나간다.
소설 속의 장면이지만 바람에 흩날려 간 모자까지 디테일하게 묘사한 조각상이 새삼 대단하게 여겨진다.
 
인구는 5000이 채 되지 않은 자그마한 마을이지만 구석구석은 매우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듯 보인다.
한 마디로 살기 좋아 보이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오늘도 600m 정도에서 1962m까지 치고 올라가야 하기에 그리 만만한 길은 아니다.
처음으로 내 그림자가 보인다. -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햇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더불어 저 넓고 아름다운 전망과 함께...

 

셜록 홈즈와 연관된 그 유명한 Reichenbach Falls(라이헨바흐 폭포)이다.
1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잠시 쉬면서 충분히 주위 구경을 하고 다시 올라가서 그 격투의 장소에 다다르니,
마치 소설이 아니라 실제 상황처럼 조성해 놓은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 정성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다. 

 

 

 

며칠 동안 '우중(雨中) 설중(雪中) 운중(雲中) 산행'에 지쳐서 그런지,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아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1200m 정도의 고도에 올라서니 길은 너무 좋아졌다.
시원하고 풍부한 계곡물이 흐르는 평탄한 길이 끝이 없이 이어진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매혹적인 길이 아닐 수 없다.

 

중간에 Hotel Rosenlaui에 도착하였다.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맥주를 시키며 더불어 side dish로 뭐가 있나 살펴봤다.
왠지 익숙해 보이는 'French Fries'라는 단어가 눈에 확 띈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나는 무슨 오믈렛 같은 '계란 후라이'의 일종일 줄 알았다. 
이때까지 French Fries가 감자튀김일 줄은 상상을 못했다... ㅎㅎㅎ
스위스는 감자가 많이 생산되어서 그런지 감자튀김도 맛이 좋았다.
자신감 있게 케첩을 뿌려서 맛있게 먹었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는 못하였다.
-- 오늘도 하나 배웠다. French Fries가 바로 감자튀김이었구나...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다시금 길을 나선다.

이제는 구름이 시야를 가리는 장막이 아니라, 장관에 운치를 더해주는 장식품이 된 듯하다.

여전히 꼭대기에는 눈들이 아직 남아있다.

은근히 2600m와 2800m의 고개를 넘을 일이 걱정이다.

우회로가 있으려나? 아이젠을 구입해야 하나? 길을 완전히 폐쇄한 건 아니겠지? 등등...

문득 뒤돌아 본 경치의 아름다움에 다시금 발걸음은 멈추어지고 한참을 멍하니 지켜본다.

이제 정상에 도착하였고, 동시에 오늘의 숙소에 도착을 하였다.

보기에는 산 정상의 흐름 한 호텔 같지만, 이번 여행에서 내가 묵었던 숙소 중에서 최고라 여겨진다.

특히 음식이 너무 맛있고, 방도 깔끔하면서 너무 좋았다.

자전거를 타려면 이런 곳에서 타야 하지 않나 싶다.

여기는 등산이나 트레킹 인구도 많지만 자전거 동호인도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좋은 길에, 이렇게 기가 막히게 훌륭한 경치에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만약 내 심장만 정상이었다면, 나도 한번 도전해 볼 텐데... 

호텔의 주변 경치는 여전히 대단한 위용을 자랑한다. 

역시 책을 몇 페이지 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한 밤중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아파트에 사는 이로서는 겪어 보지 못한 일이다.

다른 게 아니라 지붕과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눈이 떠진 것이다. 

강하게 뿌려대는 빗소리에 잠시 놀랐지만 30분을 채 이어가지는 않았기에 다행이라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