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시골은 한국이나 스위스나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기가 마찬가지이다.
창 밖으로 들려오는 Cowbell 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벌써 소들은 일상을 시작하고,
산책 삼아 주위를 돌아보려 나오니 농부는 착유기로 부지런히 젖을 짜고 있다.
가까이 쳐다보니 소들도 이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원래 이번 트레킹의 초안에서는 이곳 Grindelwald에서 하루 정도 온전히 쉬는 날을 두려고 하였었다.
하지만 혼자서 낯선 곳에서 하루를 보내기는 너무 거시기 하여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하였다.
즉 오늘도 고도 450m 정도만 올려 Kleine Scheidegg에 도착하면 나머지는 내리막 길로만 이어진다.
그러니 가능한 천천히 주변을 즐기며 진행을 한다.
많은 이들이 아침부터 케이블 카와 산악 열차를 이용하여 kleine Scheidegg로 올라간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두 다리로 올라갈 힘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어떻게 올라가든 주변의 경치는 역시...
앞을 보나 뒤를 돌아 보나 옆을 쳐다 보나, 어디 한 구석 빠지는 데가 없다.
이제 고개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Eiger(아이거) Mönch(묀히) Jungfrau(융프라우)가 한 눈에 조망되는 곳이다.
여기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기에 다시 짧은 영어로 'Beer, small'을 말하는데, 눈에 확 띄는 신라면. - 역시...
따뜻한 햇살 아래 느긋이 경치를 구경한다.
하지만 여기서 쓸데없는 오해를 사는 작은 일이 있었으니...
-- 한국인 부부가 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말을 걸었드니, 마치 나를 이상한 사람처럼 보며 피하기에 너무 황당하여...
그래서 다음 숙소 Lauterbrunen에 도착하여 면도를 해버렸다.ㅎㅎㅎ
한참을 내려오니 저 멀리 Wengen 마을이 조망되는 전망 좋은 자리에 의자까지 준비되어 있다.
장비를 꺼내어 뜨거운 커피 한잔을 타서 천천히 마셨다.
앞에 앉아 있던 분이 본인은 불교에 관심이 있으며 일본이나 중국등을 다녀왔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알아듣지 못하였다.
대충 보니 그 사람이 동양인을 만나 반가워하는 것 같기에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그분이 떠나고 나서 한참을 앉아 쉬는데, 너무 좋은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몇몇 마라토너들의 모습이 보이기에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Wengen에 도착해 보니, 아마 여기가 산악 마라톤의 출발점이며 대회가 있는 있거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나도 한때는 울트라 100km를 3번 뛰었었는데...
ㅎㅎㅎ, 다 지나간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같이 입국한 딸이 여기 Wengen에 며칠 묵었다고 하였는데...
이제 저 멀리서 Lauterbrunen의 최고 명물인 그 폭포가 보인다.
바로 Staubbach fall(슈타우바흐 폭포)이다.
'bach' 라는 단어가 접미사 격으로 많이 붙어 있어 그 뜻을 찾아보니 '개울, 도랑'이라는 뜻이라 한다.
297m 높이에서 떨어지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이 폭포가 '개울'이나 '도랑' 정도라니...
하기는 알프스에 흐르는 대부분의 거대한 계곡과 폭포에도 대부분 'bach'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긴 하다.
여기는 공동 묘지도 이렇게 이쁘다니...
숙소의 창 벆으로 보이는 풍경이다.
여기는 부엌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여 짐을 풀고 COOP에 들러 라면과 맥주 그리고 살라미를 구입하였다.
저 멋진 Staubbach 폭포를 눈앞에 두고 라면에 밥을 말아 김치와 먹으면서 맥주와 살라미 쪼가리를 곁들이는 저녁 한 끼.
이런 여행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두워 해가 지니 폭포에 조명까지 비춘다.
멋진 하루가 지나간다.
하지만 믿었던 빨래는 결코 마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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