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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다녀온 이야기

남산 이리저리....

아침에 김해에서 올라오는 길에 어디를 들를까? 생각해 보니,

역시 갈 곳이 별로 없다. - 그래도 경주 남산이 제일 만만하다 해야 하나?

교주는 '외항재-문복산-삼계리-쌍두봉-상원사-운문령-외항재'로 가볍게 가자는데,

본인만 가볍지 나는 죽을 것 같아서 발을 빼고 경주로 향한다.

 

처음에는 '상서장'에서 올라갈 생각으로 경주 박물관에 내려 천천히 뒷길로 걸어간다.

아마 새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이곳저곳에서 모아 놓은 돌덩어리들인 모양이다.

경주에서는 워낙 흔하기에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약간 아이러니 하기도 하다.

걷다 보니 표지판에 '불곡마애여래좌상'이 700m 근방에 있다고 하니, 괜히 관심이 가기도 하여 그곳으로 들머리를 돌린다.

참 아담한 집이다. 따뜻한 5월의 햇살 아래 장미 덩굴도 예쁘게 피어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집을 넓히는 건 아니다 싶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줄이는 것 또한 거시기하지 않을까?

물론 돈이 많으면 별 문제없겠지만,

뭔가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렇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주저거리게 만드는 불편함이 있구나 싶다.

표지를 따라와 보니, 아~ 1년 전쯤에 들렀던 곳이구나.

부처라기보다는 단아한 보살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던, 저 맨 위의 바위들에도 부처의 조각 흔적이 남은 듯 한.

모든 것은 생생하게 기억이 남는데, 단 이름만이 기억에서 사라졌었구나.

'남산'이 워낙 유명하고 관관객이 많다 보니 길은 너무나도 선명하다.

오늘은 약간 구석진 외진 길이나 천천히 둘러볼 요량이다.

하지만 남산이 그리 크거나 높은 산이 아니기에 그렇게 외진 곳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할 게다.

이런 곳에도 명당자리로 누군가가 의자까지 가져다 놓을 정도이니 말이다.

전망이 너무 좋다.

그리고 조금 당겨 보니, 이제 본격적으로 논에 물을 대면서 모내기가 한참이다. 

조용한 산길을 생각 없이 가는데 잔잔한 음악이 나오면서 펼쳐진 광경이다.

흔히 산길에서 발견되는 크고 작은 돌탑들.

바로 이런 이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구나.

근처에는 돌이라고는 없는 이런 육산에서 저 작은 가방으로 저 많은 돌들을 옮기려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 걸까?

저 노인은 과연 무엇을 그리 간절히 원하고 바라며 묵묵히 저 돌탑을 쌓는 걸까?

바램을 쌓는 건지, 애환을 쌓는 건지, 세월을 쌓는 건지... 

'신록(新綠)의 계절'이라,

개인적으로 산의 색깔이 가장 예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안타까이 올해는 약간 늦어 버렸지만 말이다.

한 겨울이 지나고 잎들이 새로이 제 색깔을 만들어 가는, 천천히 연한 녹색이 물들어 가는 시기.

맑고 밝은 날씨와 더불어 한적한 길도 더 이쁘게 보인다.

물론 이런 쓰레기들에 인상을 찌푸리게 되지만...

- '남산관광일주도로준공비'? 뭔 말인지? 

팔각정의 흔적이 남은 곳이라 한다.

옛날 시절 이곳에 정자를 지을 정도면, 엄청난 권세가 아닐 수 없을게다.

물론 본인이야 좋겠지만 말이다. 

남산 제일의 조망터 중의 하나인 '남산 부석'이다.

엄청난 바위의 크기도 장관이지만, 평평한 바위에 앉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조망은 더욱 장관이다.

신선암, 용장사곡 삼층석탑과 더불어 최고의 조망 터라 꼽을 수 있을게다.

온 김에 퍼질러 앉아 한참을 쉬어간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사방이 더욱 확 트인 것 같다. 

이어서 쭉 내려오다 지암골로 빠진다.

남산에서는 큰 암벽이 있는 곳은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

구석구석에서 이름 없는 유적들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외진 곳에서 이리 정성스럽게 불상을 다듬은 석공의 마음을 더듬어 본다. 

조금 더 내려오니 거북이 등껍질 모양을 한 거대한 바위가 보이면서, 여기도 작은 불상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과연 이 물은 어떻게 바위를 뚫고 이렇게 흘러내릴까? 

그리고 이 나무는 과연 살아있는 걸까? 아니면 죽은 걸까?

내년에 잎을 낼 수 있으려나?

줌으로 당겨보니, 바위에 붙어 힘겹게 살아간 그 흔적들이 보인다.

골을 따라 내려오니 탑들이 보인다.

아마 예전의 절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또 그렇다고 하기에는 터가 너무 좁기도 하다.

그래도 이름은 '지암곡 제3 사지 삼층석탑', '제2 사지 삼층석탑'이라 하지만 약간 애매하기는 하다.

어제 지리산 바래봉을 다녀오기도 하였고, 다음 주 월요일 아산병원 검사도 있기에,

오늘은 그냥 여기서 하산을 하고 쉬어야겠다.

통일전으로 내려오는 길가의 주택에도 장미가 이쁘게 피어있다.

양갱이 두 개만 먹었기에 점심이 지난 시간이지만 간혹 들렀던 두부집으로 갔다.

한 되는 많겠고, 그렇다고 안 마시기에는 거시기하여

동동주 반되만 시켜서 허겁지겁...

역시 이 맛은 언제 먹어도...

버스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서출지로 빠져나온다.

예전 여기를 오면 저 커피숍을 마누라랑 들르곤 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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