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이라, 애국애족 마음을 되살리자?
뭔 소리인지?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하지도 않았기에 침략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닌데,
조선은 그냥 안에서 썩어서 자신을 지킬 힘이 없어 무너졌을 뿐이데..."
이런 말을 하는 인간이 이 땅의 여당 비상대책 위원장으로 버젓이 행세하는 2023년 현실에서
3.1절이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기는 한가?
아~ 의미가 있다. 중요한 의미가 있구나. 바로 '노는 날'이다.
전날 포항에서 대학 친구들과 모임이 있기도 하였기에 집에 가기는 틀렸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오래간만에 단석산을 찾기로 한다.
아침에 병원에서 밥을 든든히 먹고 버스를 타고 건천으로 간다.
솔직히 처음에는 언감생심으로 '단오종주'를 상상하였었다.
몇 년 전에는 들머리 부위에 공사가 한참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다 정리가 되어있다.
초반에는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간다.
기억으로는 단석산 가는 길은 아주 평탄했었던 것 같은데, 마지막에만 약간 올라갔던 것 같은데?
역시 우리의 기억은 대부분이 조작과 오류의 결과물인가 보다.
곧이어 '장군 바위'가 나타난다.
예전에도 이곳을 지나갔겠지? 하나도 기억이 없다. ㅎㅎㅎ
더구나 예전 같으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저 바위 위로 올라갔겠지만, 이제는 귀찮다.
그냥 휙~ 쳐다보고는 지나간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날씨는 그리 차갑지도 않고,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은
구름이 깔린 흐린 날씨에 안개 비슷한 것이 깔려 있으면서 약간 쌀쌀한 바람이 부는
그리 좋지는 않지만, 나름 걷기에는 무리가 없는 그런 날씨였다.
장군봉을 지나면서 몇 군데의 조망터가 보이기는 하나, 그리 시선을 확~ 당기지는 않는다.
찌뿌둥한 날씨 탓인지, 아니면 산세가 그리 뛰어나지는 않은 지형의 탓인지...
이것도 나름 '목이버섯'이라 할 수 있으려나?
나름 맛은 있어 보이던데... - 그렇다고 먹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 배고프지는 않으니 말이다.
흙이 심하게 패여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라기에는 너무 넓고 무질서하다.
통상적으로 이런 흔적을 멧돼지가 목욕한 곳이라고들 하는데, 직접 본 적은 없으니 장담은 못하겠다.
하지만 짐승의 흔적은 맞아 보인다.
저 멀리 큰 바위에 부처손 같은 게 보여 줌으로 당겨 보았다.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길에 마애불상이 있다는 표시가 있어 길을 빠져나와 찾아갔다.
이 길을 보니 수 년전 이 길을 걸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때도 이 길을 갔었다.
누구누구가 함께 하였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충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때 같이 했던 산악회를 탈퇴하였기에 이제 사진으로라도 확인해 볼 수는 없다.
더 우울한 것은 그들 중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참 인연(因緣)이라는 게 묘한가 보다.
어제는 36년이 된 인연을 만났고, 3일 후에는 40년 된 인연을 만나기로 되어 있는데
불과 몇 년전의 인연은 그렇게도 쉽게, 새의 깃털보다 더 가볍게 흩트려져 버리다니...
- 하기는 인생은 알지 못하는것,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이어질지, 그 끝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니...
저 멀리 큰 바위 암벽이 보인다.
표시에는 200m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보다는 조금 더 먼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니 멋있는 불상이 있다.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모되어서 그런지 얕게 돋을새김 된 둥근 얼굴 부위가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긴다.
찾는 이 별로 없는 외진 곳에서 이 작업을 수행했을 이의 가슴 절절한 불심을 생각하며,
그리고 나뭇 가지에 걸린 작은 종이 만들어 내는 이 공간 고유의 분위기에 끌려 한참 발걸음을 멈춘다.
경주 송선리 마애불, 또는 상제암 마애여래좌상.
다시금 돌아서 길을 찾아 나아간다.
단석산의 명물인 '송곳바위'이다.
이제 정상이다.
827m였구나, 이 정도면 아마 경주에서는 제일 높지 않은가 싶다.
남산(고위봉)이 495?, 토함산이 745이니 아마 맞지 않을까 싶은데...
자신을 못하는 게, 백운산등의 영알의 산군이 포함되는 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에 단정 짓기가 어렵다.
그래도 제법 높은 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유명한 바위이다.
김유신이 칼로 베었다는 바위인데, 그 진위를 따져서 뭐 하겠느냐,
그냥 믿자, 믿는다.
내 눈에는 칼자국도 선명해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여기서 1차 고민이 시작된다.
신선암으로 내려가면서 산행을 마칠까? 아니면 당고개로 가면서 오봉산으로 넘어갈까?
산행 시간은 천천히 오다 보니 벌써 4시간가량 지났고,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렌턴도 있는데.
그래 일단은 당고개로 가보자.
당고개에서 또 잠시 머뭇거리다 과감하게 다시 출발한다.
경사면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고 잠시 돌아본다.
20분가량을 걸어가다,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발길을 돌려 다시 당고개로 내려와 산행을 마무리한다.
나머지는 다음에...
확실히 열정이 떨어졌나 보다.
그래도 어쩌랴? 밥 먹고 숙소로 돌아가자.
ps) 버스를 기다리는 데, 교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다리란다, 데려다준다고.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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