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당직을 마치고 일요일 아침 언양으로 갔다.
'교주'가 마중을 나와 있기에 축협에 들러 산행 후 먹을 고기를 사서 산내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당연히 산행을 하고 나서 밥을 먹을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은 이미 텐트를 쳐 놓고 두릅과 머위를 따서 데쳐 놓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다음이라 그냥 퍼질러 앉자고 한다.
'안돼, 그렇게 쉽게 유혹에 무너지면 안 되지, 더구나 이제 10시 30분경, 너무 일찍이다.'
다행히 유혹을 뿌리치고 혼자서 문복산을 오른다.
날이 너무 좋았다.
저 멀리 '신원봉-학대산-문복산-드린바위'의 멋진 능선이 훤~하게 조망된다.
그러고 보니 어느듯 거의 3년이 지났구나.
2020년 울산을 떠나면서 나름의 대미(大尾)를 장식할 산행으로 이것저것 고민하다,
약간 길면서도 그리 힘들지는 않은 '석남사 환종주'를 골랐었다.
도상 거리는 35km 정도이지만 실거리로는 40km를 약간 넘지만, 그리 험하지는 않은 길이기에 혼자 가기에 적당하다 여겼다.
그때 가보고 3년만에 다시 이 길을 걷는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약간 묘하였다.
신원봉을 올라오고 나면 힘든 구간은 없는 거의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저 멀리 대현리 마을이 훤~하게 보인다.
최근 이 일대는 '전원주택' 붐으로 곳곳이 분양 공사 중이다.
문복산 정상 근처에서 걸어온 능선을 쭉~ 돌아본다.
참 예쁜 능선이다.
문복산 정상이다.
얼마 전까지 '울주 9봉'에 포함되었을 때만 하여도 사람들이 줄을 선 사진을 봤었는데,
9봉에서 빠진 이후라서 그런지 사람 흔적이라고는 없다.
9봉이 뭔지, 8봉이 뭔지?
그냥 산이 있기에 그냥 걸어 다니는 길이 있기에 이리저리 거닐면 되는 것을,
꼭 어떤 이름을 붙이거나 의미를 둬야만 찾아가는 그 얄팍함이 약간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드린 바위'로 바로 내려간다.
몇 년 전에 왔었던 길인데, 내 기억보다는 제법 험하였다. 더 웅장한 듯도 하고.
산이라는 게 언제라도 보기 좋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개인적으로 지금 이 시기의 빛깔을 가장 좋아한다.
어린 새순 같은 연초록의 잎들이 산 구석구석에서 물들어 가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
그 미세한 아름다움을 미처 카메라에 다 담아내지 못해 너무 아쉬울 뿐이다.
하산하니 '우초형'이 차로 마중을 나와있어 다시 산내집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따서 데쳤다는 두릅과 머위인데, 시중에 파는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너무 맛있었다.
고기도 굽고, 소맥 한잔씩 하며 뻔한 익숙한 이야기에 시시덕 거리며 봄 햇살을 즐긴다.
너무 맑고 깨끗한 날씨에 너무 적당하게 따뜻한 햇살이다.
저 앞의 '고헌서봉'에서 얼쩡거리는 사람들이 다 보이는 듯하다.-뻥이 너무 심하나? ㅎㅎㅎ-
아 ~ 여기서 올해의 봄의 절정을 맞이하는구나.
진짜 집을 지어야겠다.
'어디 다녀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Via Alpina' 계획 초안 (0) | 2023.06.09 |
---|---|
남산 이리저리.... (2) | 2023.05.14 |
경주 벚꽃 구경 (0) | 2023.03.27 |
단석산 (0) | 2023.03.01 |
지리산이 그립다. (0) | 2023.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