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바람이 분다.
지난 가을부터 그리도 메말라
푸석푸석한 흙먼지만 날리던 산길에,
쫄쫄 얕은 물줄기만 흐르던 집 앞의 개울에도,
이제는 제법 촉촉한 기운이, 누~런 황토 물결이 흐른다.
지금쯤이면,
저 지리산 7 암자 길이나, 도장골 조개골 등등에는
구석구석 미처 녹지 못한 얼음덩이,
눈더미 사이사이로 살포시 싹을 틔우는 새싹들,
그리고 제법 기운을 차린 물줄기들이 보일게다.
출근 길 버스 창 밖으로 내리는 빗줄기 속에
어제 마신 술이 채 깨지는 않고,
머릿속은 찌끼기들만 가득하지만
문득 지리산이 그리워진다.
### 수년 전 3월 초, 술 마시고 다음날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긁적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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