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리학 영역에서 실행한 실험 중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사회에서 전반적인 측면을 종합하여 스스로의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교양적 학문적... 물론 다양한 분야가 있기에 한두 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을게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직관(直觀)'이라는 것도 있으니 '대충'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최소한 '상위 20~30%'의 수준에는 포함된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면 남자들에게 스스로의 운전 수준을 어느 정도라 생각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이 최상의 드라이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위 30%' 정도의 수준에는 들어간다고 답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하위 50% 밑으로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을 심리학에서 일컫기를 'Better Than Average Effect(BTAE)'라 한다.
즉, 보통 자신이 최소한 평균 이상은 되는 줄 착각하기 십상이라는 의미이다.
또 하나의 실험은 100명의 대학생에게 시험을 치게 하였다.
그리고 시험 직후 자신의 예상 성적을 적어 내게 하였다.
결론은 성적이 하위 30% 이하의 사람은 시험은 좀 어려웠지만 본인은 50% 이상에는 포함될 것이라 예상하고
상위 30% 이상의 학생들은 시험이 어려워 망쳤다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 하여 다양하게 적용되기도 한다.
즉, 능력이 없을 수록 스스로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높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이다.
2.
1986년 대통령 부정 선거로 민중의 저항에 직면한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은 결국 하와이로 망명을 떠난다.
3년 뒤 심장병으로 머나먼 이국땅에서 죽으면서 '구두 3000켤레가 아깝다...'는 유언을 남겼다는 데,
아마 이것은 그를 풍자한 농담이 세월이 지나 굳어진 그런 낭설일 것이다.
그리고 36년의 세월이 지난 지난해, 다시금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라는 이름을 듣게 된다.
다름 아니라 새로 당선된 필리핀 대통령의 이름으로서 말이다.
뒤에 '주니어'라는 꼬리표를 하나 달기는 하였지만...
'에드사 혁명'이라고까지 불렸던 그 치열한 민중 항쟁 36년 37년 기념식을
이제는 다시금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직접 주재하였는지는 알지 못하겠다. - 설마... -
그리고 마르코스를 이야기하면 당연히 따라오는 '구두 3000 켤레'의 주인인 이멜다 마르코스.
지금 94세로 아주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그 많은 범죄에 대하여 대부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더구나 이제는 아들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더 이상 어떤 다른 설명이 필요한가?
아 ~ 아들 당선 이후 93세 생일은 세금으로 대통령궁에서 열었다고 한다.-얼마나 성대하였을까는 상상에 맡기자.-
뭐, 별 다른 저항이나 반발등은 없었던 모양이다.
--- 국민들은 뭐, 그러려니 하며 당연시 여겼겠지..., 설마 그럴 줄 모르고 그를 뽑지는 않았겠지?
3.
IMF가 터지던 그 시기만 하여도 21세기는 한반도에 비극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생각하였을게다.
하지만 다행히 여타 국가의 모범이 될 만큼 훌륭하게 그 시련을 극복하면서 비록 짧은 시기였기는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져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전(發展)'이라는 것을 확연히 경험하게 된다.
물론 그 짧은 시기가 지나고 나서 다시 'Hell 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단어를 입에 달아야 했지만.
그리고 지금도 다시 똑같은 시대의 파고를 다시 타고 넘어가는 것 같으니,
역사는 이렇게 반복되며 나아가는 것인지? 반복되며 머무르는 것인지?
사람은 자연스레 자신의 처지를 남들과 비교하곤 한다.
더구나 대부분이 잘 안풀릴때 그러한 경향이 더해지지 않는가?
나만 불행하다는 건 너무 비극이니, 남의 불행이 나에게 위안이 되기도 하지 않겠는가 라는 기대를 가지고.
물론 잘 나갈때는 더욱 그 우위를 확인하고 싶기도 하지 않겠는가?
- 나는 그렇게 잘 나간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
이러한 생각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때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22년 5월 뉴스에서 우연히 접한 위의 필리핀 소식.
36년 전에 시민의 힘에 쫓겨난 독재자의 아들과, 기괴한 독재자 두테르테의 딸이
'제17대 필리핀 대선에서 '대통령-부통령'으로 압도적 지지로 당선!!!'
너무도 황당한 뉴스에 처음에는 가짜 뉴스인가 싶어 여러 곳을 뒤져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내린 나름의 결론
'역시 아시아(Asia)는 하나야!'
4.
너무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를 근거 없이 너무 확대 해석 과대 포장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는 않을게다.
역사적으로 오랜 시절을 초강대국인 중국에 눌려 살아왔던 민족.
중국이 흔들리는 시기에는 바로 옆의 일본의 침략에 의해 무너져야 했던 민족.
겨우 벗어나려고 하니, 이제는 멀고 낯선 미국과 소련이라는 나라에서 날아온 꼬부랑 말의 허연 백인들에게 유린당해야 했던 민족.
그래도 그 힘든 역사를 나름의 방식으로 싸워(?) 이겨 나오면서
이제는 세계에서 큰 소리는 아니라도 제법 자기 소리를 내는 수준으로 올라온 듯한데.
그리하여 어느 날 OECD에 가입하면서 제법 기지개를 켜면서 스스로의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세계 10위 수준의 무역 교역량을 기록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듯도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일시적 수치가 한 국가의 수준 전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해 보인다.
은연중 스스로 BTAE의 심리적 오류등이 더해지면서,
강자에게는 무서워 찍 소리도 못하면서, 조금 열악해 보이는 국가나 민족에 대하여는 가차 없는 차별과 공격을 서슴지 않는 얄팍하고 저급한 수준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마치 스스로는 아주 선진국이 된 줄 착각이나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막상 실질적인 정치 사회적 다방면에서 벌어지는 양태들에서는 아시아 등의 여타 나라들과 그리 큰 차이를 내지도 못하면서.
5.
'γνῶθι σεαυτόν 그노티 세아우톤' -- 너 자신을 알라.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의 앞마당에 새겨진 너무도 유명한 이 문구.
개인 개인에게도 적용되겠지만, 한 국가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KBS를 장악하려는 극우들의 노력은 이제 수신료 분리 납부를 통해 1차적으로 돈줄을 쪼으려고 한다.
이미 YTN과 MBN 등을 비롯한 종편 방송은 완전 장악을 하였으니 이제는 MBC만 남은 꼴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줄리의 해외 명품 쇼핑'에 대해 철저히 눈과 귀와 입을 닫는 KBS를 보면서
오늘날 그들이 부닥친 비극적 사태에 대해서 안타까움 보다는 당연한 결과라 여겨지기도 한다.
또 하나는 이렇게까지 굴종하는데도 그렇게까지 하여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철저하게 매조지하려는 극우들의 치밀함에 경탄을 보내고도 싶다.
-- 되지도 않는 '용서'나 '화해'같은 개소리나 남발하는 소위 진보 세력들은 정말 철저히 배워야 할 정신이 아닐 수 없다.
베를루스코니는 미성년의 어린 여자들과 '붕붕 파티'라는 섹스 파티나 즐기면서도
어떻게 3차례나 이탈리아 수상을 역임하고 지금도 그리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이유는 단 하나.
그와 그의 친인척이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민영 언론을 독점해 버리고,
수상 시절에는 공영 방송마저 마음대로 좌지우지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은 무솔리니 이후 100년만에 극우 정당 출신의 총리를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 이 땅의 극우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조중동이 지배하는 '언론 독과점 체제'이다.
즉 강력한 사법권력과 언론 독과점에 기반한 극우 권력으로 그들만의 공화국을 건설하여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집권의 틀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
이렇다고 하면 이런 줄 알고 저렇다고 하면 저런 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휘두르는 칼날에 베이지 않으려면 허리를 숙여 바짝 엎드리거나 뒤로 내빼야 하고,
그러면서 이 땅은 마치 축복받은 세상처럼 아름다운 노랫소리만 메아리치는 줄 알게 되는 것이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과학적 사고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세계의 탈주술화가 근대화의 핵심이라 이야기되곤 하였는데,
21세기에 들어서서 오방색에 학을 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금 '천공'과 '줄리'라는 새로운 주술적 신화의 틀속에 스스로를 가둬 버린 듯한 이 땅에서,
과연 가까운 주위 나라의 정치적 비극(?)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가 낫지'라며 위안을 찾을 수 있을까?
-- 우리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데...
정부는 그 나라를 구성하는 개인들을 반영한다. ...
고상한 국민은 고상하게 다스려질 것이고, 무지하고 부패한 국민은 무지막지하게 다스려질 것이다.
--- 새뮤얼 스마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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