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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쓸데없는 이야기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가기

1.
어느덧 경주에 혼자 내려온 지 9개월이 지나고 있다.
벌써? 또는 이제 겨우? 아니면 뭐 그럭저럭?
어느 게 정확히 맞는 기분인지 모르겠다.
때로는 앞이, 때로는 중간이 때로는 후자의 기분이, 서로 교차하면서 혼효(混淆)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가를 하자면?
"그래서 많이 힘들어?"
"어데~~~"
 
혼자 내려와서 반듯한 방도 구하지 못하고 병원의 빈 병실 하나 꾸며서 불편하게 지내는데,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예전보다 월 수 백만의 수입이 감소하였는데,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갔다 오려면 '버스 - KTX - 지하철 - 버스'의 왕복 7시간이 걸리는 거리인데,
공주 의료원에 비해서 근무 일수는 엄청 늘어서-물론 시간은 줄었지만- 어디 마음껏 다니지도 못하는데...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가지가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불만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왜?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뽑는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부딪히지 않는다." 
 
2.
이제 어느덧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자연스레 취직 문제가 대두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깊은 질문을 하기에는 먼저 내가 너무 모르고, 딸도 불편해하니 보통 몇 마디 나누다가 그냥
"아빠,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넵" 그리고 끝이다.
-- 그리고 딸이 꼭 덧붙인다. "아빠 하고는 달라."
 
물론 완전 끝은 아니다.
그게 어디 그렇게 쉽게 끝날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어느 날 금요일 저녁 대전에 올라가 집 앞의 술집에서 또 뻔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딸뿐만 아니라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최근의 취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것 같다.
서류 심사, 시험, 면접, 등등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일인가? 들어가 일하면서 배우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더구나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통상적으로 출근하고 업무 보고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주 4(5)일제 근무, 100% 재택근무 등.
- 어느 회사는 일본 지점에서 일한다는데, 몸은 한국에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 있는 조카는 영국 런던에 있는 회사에 취직하였다는데, 여전히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뭔 소리인지?-
결론적으로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개념에서 많은 실질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분명하게 그 흐름을 따라 잡을 수는 없지만...
 
3.
1997년 IMF가 터지면서 이 땅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직장 선호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즉 예전에 당연시 여겨졌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무너지면서 이제는 4~ 50대 '조기 퇴직'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것이 선생님 간호사 공무원 등의 취직에 유리하고 안정적인 직종에 대한 선호도이다.
 
즉 큰 목돈을 벌지는 못하여도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전국의 교대 커트라인은 수직 상승하고, '노량진'은 꿈꾸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과연 9급, 7급 공무원 시험이 그렇게 많은 젊은 인재들이 청춘을 걸고 박 터지게 싸워야 할 정도인가?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열기는 이제 푹~사그라진 느낌이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이제야 정상을 찾아가는 모양새인지 모른다.
하고 싶은 사람은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하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물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들이 꿈꾸던 것들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이겠지.
 
4.
그러면 이제는 향후 어떤 직종이 각광을 받게 될까?
제일 만만한 답이 여전히 의사, 변호사, 고위 공무원, 세무사등을 뽑을 것이다.
하지만 원한다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참 애매하다. 
하지만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하여 나름의 개념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첫째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precarious + proletariat'라는 합성어로 'precariat'라는 개념이 일반화되고 있다.
즉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불안정한 노동 시장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제는 대기업에서도 조기 퇴직이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등에서 장기간 근무라는 것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며,
공기업이나 공무원이라 하여 영원한 철밥통을 보장하기도 더욱 어려울 게다.
 
둘째는 가능한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전부터 흔히 하는 말 중에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라고 하였었다.
지금 21세기의 자본주의가 어느 날 갑자기 개과 천선하여 '인간적인 자본주의'로 개조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오히려 더욱더 치열한 전쟁터 속에서 보다 강력한 자본가 계급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게 되는 '식인 자본주의(Cannibal Capitalism)'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너무도 힘겹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점점 더 막가파 식으로 흘러갈 것이고.
그리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최근의 몇몇 극단적인 선택에서 보이는 종착지를 찾을 위험성이 더욱 농후해지고 있다.
간혹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였었다.
하지만 이권이나 돈 등이 개입된 상황에서의 사람은 가능한 직접적 대면(對面)을 피하라.
 
셋째는 가능한 휴가가 많은 직종 직업을 선택하라.
몇 년 전만 하여도 나에게 주 5일제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 5일도 너무 힘들다. '주 4일'이 제일 적당해 보인다.
2002년 '주 5일제'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 신문등에서 당장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어 대던 이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들이 이제 다시 '주 120시간', '주 69시간 노동'을 꺼내 들고 있고.
하지만 이제는 조심스럽게 '주 4일제' 도입이 부분적으로 논의되고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는 것이 팍팍한 것이야, 언제는 그러지 않았는가?
하지만 제도적으로라도 'work & life balance'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이 준비된 곳이 보다 앞서 나갈 것이 분명하다.
 
5.
요즘에는 나 스스로도 어떤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짜증과 화가 먼저 치밀어 오르곤 한다.
나 스스로 보기에도 '분노 조절 장애',  '반사회적 성격 장애'등이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볼 정도이다.
객관적으로 내가 보기에도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 순간순간 왜 그렇게 불쑥불쑥 올라오는지 스스로 놀랍기도 하다.
-그렇다고 다행히 난동을 부리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최근에는 내가 만나온 지 30년은 된 사람만을 신뢰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기에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한 많은 고려 사항 중에 첫번째가
'사람과 부딪히지 않는다.'
 
어찌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고 부딪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단 말이겠는가?
단지 이권이나 돈이 개입된 상황에서는 가능한 직접 사람을 대면(對面) 하지 말라는 것이다.
향후 건전한 정신적 안정과 사회적 활동을 용이하게 무리 없이 영위해 나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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