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년 이탈리아의 한 대성당 근처 포도밭에서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조각상
두 마리의 거대한 바다뱀에 의해 당사자만이 아니라 두 아들까지 신의 저주로 죽어가야 하는 비극적 내용.
그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신에 의해 그토록 가혹한 형벌을 받아야만 했나?
10여 년에 걸친 그리스 연합군의 공격을 이겨낸 트로이인들의 위업은 분명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무방할 게다.
그리고 마침내 그리스군들이 떠난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거대한 목마 하나.
모두가 '이제는 마침내 전쟁은 끝났구나!!'라며 환호하며 그 목마를 성내로 옮기려 하자,
바로 그 목마에 창을 던져 '텅~'하고 울리는 소리로 저 안이 비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트로이의 안전을 위해서는 당장 목마를 불에 태워야 한다고 주장한 '라오콘'.
누군가는 아폴론에 의해 또는 포세이돈의 미움을 받았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 바다뱀들은 승리의 분위기에 찬물을 붓는 듯한 그에 대한 트로이인들의 짜증과 어리석음의 형상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그 목마의 위험성을 경고한 이가 또 있었구나.
프리아모스 왕의 딸인 카산드라.
하지만 그녀도 결국 아가멤논에게 포로로 끌려가 클리타임네스트라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비극으로 끝을 맺었구나.
그러기에 마키아벨리는 '무기 없는 예언자는 멸망한다.'라고 하였으며,
아이작 도이처는 트로츠키 3부작의 제목을 '무장한 예언자' '비무장의 예언자' '추방된 예언자'라 각각 지었나 보다.
누구보다 시대를 앞서갔던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던 그의 운명과 새삼 맞아떨어지는 듯도 하니 말이다.
하루가 지나면 다시금 5.18이 돌아온다.
참으로 비극적으로 갈가리 찢겨기고 짓이겨진 도시 '광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가슴을 총칼로 찢어 놓은 것도 분에 차지 않아
권력과 언론과 사법의 힘으로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쓰레기 더미 속에 처박아 놓더니,
아직도 그 피냄새를 그리워하며 살아남은 자들의 뭉개진 가슴팍에 더러운 아가리를 벌리고
더러운 침과 썩은 이빨로 킁킁거리며 주위를 배회하는 조중동과 국민의 힘을 비롯한 개쓰레기들의 미친 춤사위 속에,
그래도 세월은 흘러 다시금 5.18이 돌아오고 있다.
총칼로 짓밟힌 5월의 핏자국이 채 지워지기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때의 충격과 그 잔혹함이 잊히거나 묻힐까 두려워
그 많은 기억들을, 그 많은 기록들을 하나하나 모으려고 하였다.
이제와 생각하면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그 일들이 그 시대에는 너무도 위험한,
'고문 감옥 때로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자신과 가족등의 모든 것을 바쳐야만 하는 살벌한 또 하나의 전쟁이었다.
흔히 영화에서 잔인하게 표현되는 나치나 일제 순사들의 총칼이 지배하던 시대라면 더 쉽게 연상이 되려나?
지금도 1980년대를 상상하면 구석진 골목에서 쫓고 쫓기는 경찰과 학생 및 노동자들,
아니면 폐쇄된 좁은 방 안에서 무자비한 구타와 물고문등으로 찢기는 젊은 영혼들의 영상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 시절 5.18 광주 학살에 관련된 사진과 낡은 비디오 영상물들이 어떤 취급을 받았었는가?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싸웠던 그들에게 조중동등의 개쓰레기 들은 무엇이라 하였든가?
그리고 2023년 오늘날 그 쓰레기들의 잔재들은 또 뭐라 떠들고 있는가?
'예언자' 또는 '선지자'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단지 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신탁을 받는 사제의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눈을 가리는 장막을 거두고 '저 너머'의 진실을 제대로 보는 사람,
과거에 젖은 채 오늘에 머물지 않고 시대를 가로질러 내일로 달려간 사람들을 일컫는 게 더 어울리지 싶다.
그리고 그렇게 시대를 앞서간 대부분의 이들은 그 모진 비바람을 다 맞으며 찢기고 부서져갔던 것인지도 모른다.
목마를 불태워야 한다고 주장하다 두 아들과 함께 죽어가야만 했던 라오콘
트로이의 안전을 위해 목마를 성내로 들이지 말자고 주장하였으나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카산드라.
5.18의 비극을 알리기 위해 그리도 치열하게 싸우며 때로는 죽어가기도 하였던 수많은 젊은 영혼들.
그리고 오늘날 썩어 버린 사법 및 언론 제도의 근본적 구조적 개혁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많은 이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가 있다.
세상을 위해 예언의 지혜와 용기를 가졌으나,
다른 이도 아니고 바로 그 예언이 가장 필요한 이들에 의해 갈가리 찢겨기고 부서져야만 하는 운명
그렇게 2023년 5월 18일을 맞이한다.
'별 쓸데없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렉산더와 크세르크세스 1세 (1) | 2023.07.14 |
---|---|
올해 휴가는 어떻게? (0) | 2023.06.05 |
'마약과의 전쟁' - 2 (0) | 2023.05.09 |
'마약과의 전쟁'이라 (2) | 2023.05.09 |
과연 믿을 만 한가? (2) | 2023.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