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오후 출발하여 9월 9일까지 12박 15일의 'Via Alpina Green Trail - Altdorf에서 Kandersteg'의 여정.
우리에게 익숙한 TMB, 돌로미티나 유럽 3대 미봉등 과는 달리, 아직 이 길이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제법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Grindelwald와 Lauterbrunen을 지나는 이 코스는 그들의 표현대로 'Via Alpina의 심장'이라 칭할 정도로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기에 더욱 기대감을 올린 것도 사실이다.
이제 일본이나 유럽 등의 '해외 트레킹'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이 기존의 여행사를 통한 단체 트레킹이거나, 중장기간 Biwak의 강행군으로 추진하는 것이 대세이다.
그러기에 좀 더 자유로운 트레킹을 원하거나, 60~80L의 backpacking이 부담되는 이에게는 많은 고민이 되고 있다.
이번에 개인적으로 홀로 모든 숙소를 예약하여 보다 가볍게 다녀온 경험도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이기에 부족하지만 몇 가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물론 어느 것이 최선이라는 정답은 없을 것이다.
경제적 고려, 체력적 안배, 언어의 문제, 시간적 문제(대부분이 제한된 휴가일 것이기에) 등등 보다 다양한 요소에 따라,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개인적 취향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이 역시 '언어'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라면 낫겠지만, 나처럼 고등학교 시절 '성문 종합 영어'나 몇 번 보면서 공부한 50대 후반 세대들에게 특히 hearing과 speaking은 넘기 어려운 벽처럼 느껴질 것이다.
더구나 언어라는 것이 며칠 연습한다고 금방 습득되는 것도 아니고, 몇 달씩 할려니 솔직히 귀찮고...
하지만 실제 부딪혀 보니 그렇게 크게 걱정할 문제이거나 겁먹을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단지 조금 불편할 문제일 뿐이지, 여행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는 결코 아니라는 의미이다.
즉 꼭 필요한 영어는 'How much?, What time?(저녁이나 아침 식사 시간)' 정도뿐이다.
나머지는 대충 눈치나 body language로 알아듣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안되면 '파파고'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냥 '모옌(莫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데, 이렇게 인용하게 될 줄이야-을 생각하면서...
설사 못 알아 들어도 대세에 그리 큰 지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게다.
둘째는 경제적으로 경비는 얼마나 들까?
스위스의 물가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봐야 한다.
보통 산장에서 아침은 기본으로 포함되기에 그리 체감되지 않지만,
기본적인 저녁 한 끼에 30 CHF 내외로, 맥주 한 병 등을 더하면 원화로는 4~5만 원 선이다.
나는 산장등을 주로 이용하면서 room과 도미토리를 혼용하며 가능한 하프보드(저녁 아침 포함)를 이용하였으며,
트레킹 도중에는 맥주와 커피 한잔 마시는 것 외에는 특별히 돈을 쓰지는 않았다.
---카페나 바에 들러 뭘 시켜 먹으려 하여도 뭐가 뭔지 몰라 어쩔 수 없이 짧은 영어로 Beer or Coffee만 반복하였으니...
그러기에 전체적으로 '20만 원/일' 정도로 계산하고 약간의 여윳돈을 고려하는 정도이지 싶다.
어떤 경우는 저렴하고 어떤 경우는 비싸고 그러니 대충 해서...,
10일 동안 몇 차례 라면을 끓여 햇반을 말아먹기도 하였다.
마을마다 Coop이나 Migros 등의 마켓이 있으니 간혹 이용하면 된다.
신라면은 어디에나 있고, 김치는 드물게 있으니 포기하고, 치즈 살라미나 햄등은 아주 싸고 맛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간혹 점심에 계곡에서 끓여 먹은 라면 맛은 지금도 그 향기가 코 끝에 맴도는 것 같다.
셋째는 아주 애매한 주제인데, 어느 정도의 체력을 기준으로 거리를 정해야 하나?
개인적 차이도 워낙 다양하고, 산행 스타일에서도 차이가 나고, 특히 어느 정도의 짐을 지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당연히 정답이 없겠지만, 다른 문제보다 특히 더욱 정답이 없어 보인다.
배낭 36L 정도에 중간에 휴식 시간을 특별히 길게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평소 국내에서 종주 산행을 자주 하였던 사람이라면 하루 25km 내외를 기준으로 거리를 잡는 것이 적당할 것이고,
평소 주말에 한 번씩 산을 다니고 평일 아침 일주일에 한두 번 앞산을 다닌 정도라면 하루 15km 내외가 적당할 것이다.
알프스에서 걸을 수 있는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길어야 8시간이 보통이다.
한국의 산행 표지판에는 거리가 km단위로 새겨져 있지만, 알프스에는 시간 단위로 새겨져 있다.
보통의 스위스 사람이 쉬면서 갈 수 있는 평균 시간을 나타낸 것이다.
참고로 2년 전 심장 수술(개흉술)을 한 나는 천천히 심박수를 조절하며 진행해야 했기에
36L 배낭에 하루 15km를 기준으로 거리를 잡고 별로 쉬지 않고 꾸준히 걸었는데,
전체적으로 오르막길에서는 10~20% 기준 시간을 초과하고 하산 길은 대충 비슷하여 전체적으로는 약간 여유롭게 다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평소에 산을 다닌 건강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좀 더 여유를 두어도 무방할 것이고, 종주를 주로 하신 분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넷째, 숙소는 어디에 어떻게 잡아야 할까?
단순히 숙소 위치의 문제만이 아니다. 시설은 어느 정도이며, 가격은 또 어느 정도인지?
스위스는 관광 산업이 워낙 발달한 곳이기에 숙소는 충분하다. 호텔, 유스호스텔, 산장, B&B 등등
그리고 당연히 어느 나라나 똑같이 좋은 곳은 비쌀 테고, 싼 곳은 시설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하지만 대부분 산을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룻밤 묵어 가기에는 큰 무리는 없는 수준이라 여기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하프보드(저녁과 아침 식사 제공)를 제공하면서 100 CHF 이내의 방'을 기준으로,
호텔이나 산장에서 도미토리 때로는 1인실 등을 구하였는데 전체적으로 꽤 만족스러웠다.
모든 숙소(1곳만 빼고)가 기본적으로 아침 식사를 제공해 주기에 든든한 하루를 출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약은 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거나 'Booking.com'을 이용하였었다.
나는 8월 말에서 9월 초의 기간이었기에 자리가 여유가 제법 있었지만,
만약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을 계획한다면 완전 성수기이기에 조금 서두르거나 신경을 써야 할 수도 있을게다.
산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프스나 히말라야를 꿈꾸기 마련이다.
더구나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결코 그 맛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흔히들 진정한 여행은 혼자 떠나는 것이라들 하지 않는가.
남을 따라서 움직이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관심이나 집중도가 떨어진다.
나도 이전에 20여 명 단체로 대만 트레킹, 5명으로 Haute Route를 걸었었다.
하지만 남들과 어울려 따라가다 보니 뭘 보고 뭘 느끼고, 뭘 했는지...??? 분명 좋긴 엄청 좋았었는데...
그 여행 자체가 잘못 됐다는 것이 아니라, 그 여행을 수행하는 나의 자세가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혼자라도 가야겠다는 간절한 '욕망(desire)'에서 시작된 이번 여행 계획 및 준비.
처음에는 뭐가 뭔지 당최 이해하기 힘들고 그러니 당연히 막막하고 불가능해 보이기만 하였지만,
다행히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 넘치는 정보들로 반복되는 준비 과정 속에서 그 작업들이 한층 용이해지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떠난 'Lonely Via Alpina Trekking'
아마 지금껏 내 40대 이후 내 인생에서 있었던 그 많은 것들 중에 가장 최고의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비록 며칠 지나지도 않았지만, 아직도 그 감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 지도에 관해서는 별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전적으로 'SwitzerlandMobility app'에 의존하였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워낙 다양한 GPX들이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내가 컴퓨터 등에 대해 거의 까막눈이라 잘 모르기에 따로 설명할 수가 없어서 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길과 안내판이 잘되어 있어 길을 잃고 헤맬 위험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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