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리조트에서 출발하여 흘림골로 향한다.
어제 저녁에는 리조트에서 무슨 공연을 한다고 하여 사람들이 엄청 북적거렸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은 '역시나'로 바뀌어 버렸다.
평일인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흘림골 주차장은 만차로 차를 델 곳이 없었다.
용소폭포 쪽으로 내려와도 매 한가지, 결국 오색 약수터까지 내려와 버렸다.
근처 식당에 어렵게 어렵게 주차를 하는 싯점, 이미 마누라의 표정은 분노와 짜증으로...
이 시대에 이 땅에서 남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최소한 전생에 섬을 하나 팔아 먹었든지 아니면 뭔가 죄를 지은 게 분명하다.
뭘 해도 욕을 들어 먹게 되어 있는 이 황당한 구조적 문제를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는 게, 더 힘들다.
오색을 몇 차례 왔었지만 이렇게 약수터를 직접 보기는 처음이다.
매번 대청봉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만 잡았으니, 엄밀히 말하면 여기는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이 조그마한 약수터가 그리도 유명하다니... 물은 그냥 약간의 철분이 느껴지는 맛 없는 사이다?
지난번 주왕산의 달기 약수보다 조금 더 진한 맛이라 여겨진다.
천천히 길을 따라 설악으로 들어간다.
역시 기암절벽에 뾰죽뾰죽한 嶽山으로서, 그 위용은 가히 남한에서 최고라 할 만하다.
더구나 올해 강원도에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려서 인지 계곡의 수량도 풍부하고,
더불어 붉고 노란 다양하면서 짙은 가을의 색을 덧 입혔으니 그 장관이야 말로 해서 뭐하겠는가.
그냥 감탄하며 즐기기만 할 뿐이다.
어느듯 용소폭포에 다다랐다.
설악의 멋스러움에 마누라의 마음도 많이 다스려진 듯하다.
이것도 설악에 감사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은혜가 되는가?
오색에서 용소까지 3km인데 시간이 얼머 걸리지는 않는다.
그냥 흘림골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도 괜찮아 보이기에 입구로 들어갈려고 하니,
국공 직원이 가로 막는다.'여기는 출구이니 들어가지 못한다'며.
-- 내 세상에 그리 산행을 다니면서 입구와 출구를 정해 놓고 길을 막는 처사는 처음이다.
발이 닿는 곳이 길이며, 그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 길이며,
산이란 시작과 끝이 없는 것이 길이기에, 그 들어감과 나감을 구분하지 않거늘.
요즘은 마치 이 땅의 모든 산이 국립공원 사유지가 된 것 처럼,
툭하면 금지니 벌금이니 하며 협박을 해대면서, 장애물을 치는 꼴을 보면 화딱질이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랴, 여기서 싸울 수도 없고, 우리는 영원한 '을'인 것을...
그냥 조용히 다시 내려온다.
올라갈 때 내려 올 때를 기약했던 '성국사-오색석사'를 들렀다.
그런데 왜 '오색五色'이라는 이름이 붙은거지?
이 절의 후원에 이상한 나무가 있어 다석가지 색의 꽃이 피었기에, 오색석사, 오색 약수, 지명도 오색리라 하였단다.
주위에 나무는 많으나 '청 황 적 백 흑'의 불교에서의 정색(正色)은 눈에 띄지 않는다.
-- 신심이 없는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한가?
약수터 근처 차를 주차해 놓은 식당에서 간단히 감자전과 초당 두부에 막걸리 한잔을 하였다.
흘림골에서 오색까지 6km에 4~5시간을 잡는다고 하였는데, 그렇게 걸을 길은 아닌 것 같다
예상보다 일찍 끝나바렸기에 숙소에 가기도 애매해서 낙산사로 방향을 잡는다.
예전 대화재로 불타기 전에 들렀던 곳이데, 물론 기억은 거의 없다.
최근에는 조용한 서해 바다를 몇 번 봐었는데,
이 날 제법 찬 바람이 불면서 파도가 거칠어지니 그 정취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 역시 바다는 동해야... 파도가 이 정도는 돼야지...
2005년 대화재 당시에도 다행스럽게 살아남았다는 '홍련암'이다.
바닷가의 조그마한 암자를 보니, 문득 해남 달마산의 '도솔암'이 대비되 듯이 떠오른다.
'꿈이 이루지는 길'이라는 '원통문'을 지난다.
-- 꿈이라?, 뭐 어려운 거 없는데... 로또 하나면 되는데...
이 깊은 산사에서도 그 헛된 욕심을 버리지 못하다니... - 역시 나는 불자가 될 운명은 아닌가 보다.
저 멀리 '관음해수상'이 보인다.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은 집 사람이 나오는 관계로...
저녁은 뭘로 할까? 고민하다 속초항으로 나와본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보니 제법 많은 빌딩, 호텔 그리고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속초시는 인구가 얼마지? 당연히 10만은 넘을테고...
아니, 이런... 인구수는 85,000여명?, 그래도 유동 인구는 450,000명이라 제법 그 규모를 짐작케 한다.
회센터에서 제법 싼 값에 '복어, 도다리, 광어'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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