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조금씩 밝아 온다.
약간의 안개가 끼인 듯한 분위기가, 오늘도 약간 덥겠구나...
가을이 점점 짙어 간다.
더불어 내가 자리를 옮겨야 할 시간도 다가온다.
뒤숭숭한 기분을 핑계삼아, '가을이라면 한번쯤은' 이라는 느낌으로 다시 출발한다.
오대산 선재길을 걷고, 설악산을 둘러 볼 요량으로.
미처 생각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평일을 끼고 가면 그래도 여유로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2~3년의 코로나 기간 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여행에 굶주려 있었든지를 감안하지 못했었다.
월요일, 화요일을 끼고 갔지만, 설악산의 10월 한달은 매일 매일이 휴일과 같았다.
차량에 차량에 차량에, 사람에 사람에 사람에...
설악산을 가는 길에 오대산 월정사를 거쳐 선재길을 둘러보러 갔다.
약 10년전 쯤 혼자서 오대산을 갔다가 우연히 걸었던 그길.
아마 국립 공원 산중에 가장 인기없는 곳이 오대산이 아닌가 싶다.
호방령이 비법으로 묶이면서 비로봉 이외에는 별 조망도 없는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가을날 혼자 천천히 걸었던 그 선재길에 대한 기억만은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 날 정경은 여전하나 '호젓함'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몰려드는 인파들로 인하여 시내 한 복판 처럼 북적거리는 그 길에서는 도저히...
그래도 천천히 가을의 정취를 깊이 들이 마쉬며, 월정사 경내로 들어간다.
입구에서부터 주차로 고생을 하고 나서 그런지, 마음은 벌써 약간 지쳐버린 상태?
그래도 짙은 단풍의 멋스러움은 여전히 그 자태를 자랑하고 있고...
예전보다는 길 정리가 잘 된 듯하다.
나는 아직도 '월정사 옛길'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데.
도로가 생기기 이전, 월정사와 상원사 사이를 스님들이 왕래하며 거닐었던 길이라 한다.
세상을 등지고 떠난 그들의 복잡한 머릿 속 상념들의 조각들이 이리저리 날리는 듯 하다.
'얼마나 가슴에 맺힌 것이 깊었기에', '무엇을 그리 간절히 찾고 싶었기에...'
곳곳에 행락객들이 판을 벌리고 있다.
대부분이 나이든 노인네들이다. 어쩌겠느냐...
최근들어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특히 늙은이에 대한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이런 가람에서까지, 도도히 수 백 수 천만년을 흐르는 저 강물을 바라보면서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아마 어렴풋한 기억속에는 이 근처에 섶다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튼튼한 다리가 몇 개 있을 뿐이다. - U턴 한 바로 그 위에 섶다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상원사까지 10km 남짓의 길이기에 마저 올라가서 4시에 내려오는 버스를 타고 내려올 계획이었으나,
인파는 너무 많고, 설악산까지 다시 운전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중간에서 꺽어 내려온다.
'어디 다녀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왕성 폭포 전망대, 신흥사 (0) | 2022.11.04 |
---|---|
설악산 오색천, 낙산사 (1) | 2022.11.04 |
'나주 - 홍어와 국밥' - 2 (0) | 2022.11.04 |
'나주 - 홍어와 국밥' - 1 (0) | 2022.11.04 |
지리산 둘레길 4,5,6 - 2 (1) | 2022.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