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그냥 속초시장을 둘러보고 바로 집으로 가느냐, 신흥사를 들러보느냐...
새벽부터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날이 너무 맑고 좋다.
설악산 소공원으로 가서 신흥사와 비선대를 구경하고 집으로 가자.
화요일인데... 차가 장난이 아니다. 이미 주차장은 만차라 하고 어디 U턴해서 빠져나갈 길도 없다.
너무도 다행스럽게 U턴할 심산으로 켄싱턴 호텔로 들어섰는데, 주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완전 횡재'라며 탄성을 지를 뻔하였다.
이제 화장실도 들르고 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설악산으로 들어간다.- 당연히 매표소를 통과하여야 하고...
비선대로는 여러번 다녔는데, 옆으로 보이는 '토왕성 폭포 전망대'는 처음이다.
예전 지인이 토왕성 폭포를 가자고 하기에, 위험해 보여서 저어하였었는데 이번에는 구경삼아 이 길로 들어간다.
'권금성 케이블카'는 오늘도 부지런히 엄청난 이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곳은 국내에서 유이하게 이윤을 내는 케이블카로 알고 있다. 또 한 곳은 남해에 있다.
이 케이블카의 소유주는 누구일까?
바로 박정희의 사위, 즉 큰 딸의 남편이다.
아니 박근혜가 결혼을 하였단 말인가? 아니다. 육영수씨는 둘째 부인이다.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큰 딸이 있다. 전혀 언론에 언급되지 않고, 죽은 듯이 조용히 살아가는 이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 현재 이 케이블카의 주식 거의 100%를 소유한 -,
간혹 하는 쓸데없는 상상 하나.
만약 둘 중에 한 명이 '박정희의 손자'를 타이틀로 선거에 나온다면?
'반인반신'이신 분에게 대를 이어 충성을 맹세하는 이 땅의 수 많은 이들에게 하나의 횃불이 될 수 있으려나...
어느 정도 평지를 걷다가 서서히 폭포 쪽으로 방향을 틀어 잡는다.
이런 거친 돌산 어디에 저렇게 많은 물이 숨겨져 있었는지?
참으로 뻔하고 유치한 표현이지만, 정말 깍아지른 듯한 절벽과 그 사이로 흐르는 폭포수에 탄성만 나올 뿐이다.
더구나 차가운 날씨라 그런지 물은 더욱 맑기까지 하니...
조금도 서두를 수가 없는, 가능한 천천히 깊이 깊이 음미하며 한걸음 한걸음씩...
어느듯 '육담 폭포'에 이르렀다.
그리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비룡 폭포'라...
'용추 폭포, 용소 폭포, 용연 폭포...' -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龍에 관련된 지명이 많다.
아무래도 그 위용의 장대함을 약간 과장하려니, 용만한 예가 없었는가 보다.
그러고 보면 인디언들의 지명은 참 특이하다.
미국의 인디언에 대한 마지막 학살(?)이라 일컫어지는 역사적 무대인 '운디드 니(wounded knee)'나
물이 모이는 곳이라는 '위스콘신', 커다란 카누의 마을이라는 '미주리', 붉은 사람이라는 '오클라호마', 사이좋은 벗이라는 '다코타' 등등의 도시 이름들.
좁은 땅에 살아가는 이들의 상상력의 한계는 아닐텐데,
2~3자의 한자(漢字)로 축약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유치한 '小중화주의'의 잔재인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고개라는 뜻의 '빼재'를 굳이 '수(秀)재'라 바꾸려는 시도들을 보자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 '비룡 폭포'의 위용이나 아름다움에 어떤 사족을 달고 싶지는 않다.
참, 멋있는 폭포이다.
이제 서서히 올라가던 계단길은 본격적으로 하늘로 고개를 쳐드는 것과 같다.
제법 가파른 길이 400m정도 이어진다.
여전히 심장 박동수 120 주위를 유지하며 천천히 올라간다. 쉬지 않고.
다행히 집사람도 최근 운동을 해서 그런지 잘 따라온다.
이 정도면 충분히 날 잡아 산티아고는 다녀올 수 있을 거라며 용기겸 양념을 쳐본다.
그리고 드디어 전망대에 다다랐다.
그런데 토왕성 폭포가 너무 멀어서 그런지 별 감흥은 없다.
하지만 망원경을 가지고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 보니... 우와~~~
아니, 어떻게 저 높은 꼭대기에서 저렇게 많은 물이 떨어지는 것인지...
한참을 쉬고 구경하다 천천히 내려온다.
왕복이라는 것이 지겨울 수도 있지만,
오름 길에서 놓쳤던 것 들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 본다고 여기면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는 있어 보인다.
이제 마지막으로 신흥사에 들른다.
거대한 불상과 거대한 인파들...
언젠가 좀 더 여유있게 돌아볼 날을 기약해 보면서,
저 멀리 어디선가 날라오는 기름진 파전 냄새에 X 끌리듯 찾아가 막걸리 한잔을 곁들인다.
비록 가게 안은 비어 있고, 밖은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지만,
이 깊은 가을날의 정취를 어찌 저버릴 수 있겠는가?
노천 막걸리 한잔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 하고, 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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