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 한 번에 영화 한 편 전부를 보기가 너무 어렵다.
지난번 그 좋은 영화 '피아니스트'도 결국 이틀에 걸쳐서 봐야 했으니.
하기는 10-20분 보다가 포기해 버리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니,
그건 분명 영화의 잘못이 아니라 내 정신 상태의 불안정이나 다른 미묘한 문제 탓이라 여겨야 할 게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하룻 저녁에 2시간 20분짜리를 다 봤으니 나도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2023년에 발표된 폴란드 영화인 '포가튼 러브'이다.
내용은 약간 유치한 동화 속의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엮어 놓은 듯하기도 하다.
엄청 뛰어나고 인도주의적인 외과 의사가 행복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부인이 딸을 데리고 사랑을 찾아 떠나 버리고,
그들을 찾으러 간 주인공은 깡패들에게 폭행을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려 행방불명이 된다.
15년이 흘러 우연히 어느 한 마을에 머물게 된 주인공은 그곳에서 무료 의료 활동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하필 잃어버린 딸은 지난해 엄마와 새아빠가 죽은 후 같은 마을로 들어오고,
그곳에서 의대진학을 꿈꾸며 웨이트리스로 일하다 젊은 백작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뭐 이런저런 고난과 갈등 등이 있다가 결국 두 젊은이는 결혼을 하고 주인공은 기억을 되찾는다.
어찌 보면 너무도 익숙한 신데렐라 식의 전형적인 해피엔딩 로맨틱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시골 촌막에서의 '응급 개두술(Craniotomy)'등이 의사에게는 황당하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나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일조하였다고 할 수 있을게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는 내내 입가의 웃음기와 심장의 서맥을 유지하게 끔
전체적 극의 흐름을 부드럽고 편안하게 이어간 감독이나 배우들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최근 영화를 끝까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악한 인간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몇몇의 나쁜 인간들이 나오는 듯도 하지만,
그 정도가 그리 심하지는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사랑을 찾아 떠난 부인은 계급을 초월한 자신의 진정한 사랑과 마지막까지 함께 하였고,
더구나 그 새아빠도 마지막까지 마리아느와 함께 하였으며,
유치하게 오토바이 브레이크 선을 자른 인간도 결국 자수를 하고,
결혼을 반대한 백작의 엄마도 결국은 약간의 협박만 했지 별다른 음모를 꾸미지는 않았고...
아 ~ 유일한 악당은 역시 마지막까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주인공의 진실을 숨기려 한 그 '동료 의사'네, ㅎㅎㅎ...
나머지는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하면서 착한 사람들이 주를 이룬 것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아마 폴란드 언어로 제작된 폴란드 영화를 직접 접한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폴란드 영화라면 먼저 떠오르는 '로만 폴란스키'나 화이트, 레드, 블루의 '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등이 있지만,
그들은 주로 서유럽의 자본으로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기에 폴란드 영화라는 느낌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어쩌면 더욱 신선하게 와닿고 색다른 느낌으로 집중하였는지도 모르겠다.
별다르게 특별한 내용이나 감상은 없다.
나중에 보니 어디에선 평점을 9.67이나 주기도 하였다.
그 시기 평론가가 뭔가 힘든 일이 있었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나?라는 의문이 든다.
영화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 정도의 높은 점수는 주저거려 지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본 느긋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영화로 오래 기억되지 싶다.
### 뒤에 찾아보니 원제 'Znachor'라는 이 작품은 폴란드에서는 아주 유명한 작품이라 한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1937년 제작 발표되었었고, 1982년 재개봉했다고 하며,
이번에는 리메이크하여 제작 발표한 작품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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