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짙어가고 있다.
산에는 단풍이나 억새를 보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곳에도 사람들이 넘쳐 나고... - 한국 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단 부산에 사는 사람들은 30년 넘게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듣고 있지만... -찔끔 맛은 봤다고 해야 하나?-
물론 대전 사람들도 할 말이 있겠지만, 일단 그 정도로 넘어가자.
바로 '가을 야구 - Post Season'에 대한 이야기이다.
참 많은 경기를 봐왔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
1984년 최동원의 한국 시리즈 4승 1패의 미친 투혼?
그것도 물론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경기가 있다.
바로 2004년 미국 AL 챔피언 결정전 6차전, 소위 커트 실링의 '핏빛 양말'로 기억되는 바로 그 경기이다.
당시 인대 손상으로 정상적인 투구가 불가능하였던 커트 실링은 '인대를 묶는 수술-?? 이해가 잘 안 되는데-'을 하고서 7이닝 4안타 1 실점이라는 경이로운 투구 성적을 기록하였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커트 실링이 아니라 바로 '뉴욕 양키즈 선수'들이었다.
비록 8회에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파리채 반칙'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에피소드로 웃으며 넘겨도 무방할 게다.
만약 내가 감독이거나 선수였다면,
이 경기만 이기면 월드 시리즈에 나가게 되고 우승이 눈앞에 있는데,
상대 투수는 발목 부상으로 제대로 뛰는 게 불가능한 상태인데...
중간중간 '단 하나의 작전'만 걸었다면..., 바로 '(기습) 번트'
7회 커트 실링이 마운드에 있을 때까지 뉴욕 양키즈는 단 하나의 (기습) 번트도 시도하지 않았었다.
그 경기를 보는 내내 느낀 감정 '아~~ 이래서 메이저 리그구나...'
그것은 단순한 한 경기가 아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경기이며 더구나 수십 년의 앙숙과의 결정전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7차전에서 박살이 나면서 '3연승 뒤 4연패'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기며 떠나갔다.
그리고 보스턴 레드삭스는 월드 시리즈 4연승으로 우승을 하면서 '86년의 밤비노의 저주'를 풀게 되고.
번트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기습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번트를 시도하여 작전도 성공하고 타자도 살았다면?
아니면 작전은 성공시키지만 타자는 알아서 천천히 달려 아웃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보스턴 감독은 어떻게 발목 부상을 당한 투수를 내보낼 생각을 했을까?
그는 뉴욕 양키즈 선수들이 (기습) 번트를 시도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러기에 이런저런 가상들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경기로 post season만 되면 유독 생각이 나곤 한다.
2023년 올해는 텍사스와 애리조나 대결인데, 오늘까지 1승 1패로 각축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팀의 무게감이 떨어져서인지 개인적으로 그리 큰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찾아보니 재미있는 기록이 있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월드 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텍사스 레인저스.
그들이 월드 시리즈 경험은 2010년 2011년 두 번 있으나, 각각 샌프란시스코와 세인트 루이스에 패배를 하였었다.
그리고 2010년 당시 뼈저린 패배를 안긴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바로 지금의 '브루스 보치' 감독이었다.
그리고 2023년 지금 텍사스 팬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브루스 보치의 매직을 애원하고 있다.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가 아닌가? 어쩌면 그런 게 세상사인 것 같기도 하고.
만약 롯데가 가을 야구를 하게 되면 다시 약간의 관심이 생기려나???
지금보다는 좀 더 생기겠지만 예전만이야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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