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응급의학과 전공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별 다른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잘 지내나?" - 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내용이었다.
그러다 직장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면서 잠시 '이직(移職)'이 주제로 떠올랐다.
전화를 끊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여러 생각들, 그리고 이런저런 앞으로의 삶의 계획들.
그러면서 슬며시 따라 나오는 웃음.
'당신은 신을 웃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분께 당신의 계획을 한번 얘기해 보라'는 유대의 격언이 생각나기에.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면서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려본다.
이러면 어쩌지, 저렇게 되면 또 어쩌지, 이럴 수도 있겠구나,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삶의 긴 여정에서 우리는 다른 길을 택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결코 알수 없다.
가장 좋은 것은 뭔가를 선택하지 않는 것, 하나를 위해 하나를 희생하지 않는 것인데
그런 것은 모든 것을 가진 이들이나, '도(道)를 아십니까?'에나 어울리는 상황일 게다.
늙어서 눈이 침침해진 원숭이에게 안경을 씌워주었다.
안경이 더러워져 원숭이는 혀로 핥고 손으로 문지르며 깨끗이 닦았지만 그래도 처음처럼 잘 보이지는 않는다..
짜증이 난 원숭이는 안경이 아무 쓸모없다고 결론을 내리고는 바위에 던져 박살을 내 버렸다.
갑자기 2022년 7월 굥이 보낸 '내부 총질' 문자에 의해 확실하게 내팽개쳐진 한 정치인이 연상된다.
안경을 바위에 내 던진 후 원숭이는 동료들에게 우리는 알아듣기 힘든 괴성을 질러댔겠지.
그러면 주위의 동료 원숭이들은 같이 우리는 알아듣기 힘든 괴성으로 동조를 하였을 게고...
하지만 여기는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그만하자.
이제 50대 후반을 지나고 있는 삶의 여정에서 내가 가진 것들은 뭐가 있을까?
그리고 여기서 무엇을 택하고 또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뭐, 추상적인 뻔한 것들을 지겹게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늙은 원숭이 꼴은 나지 않게 제대로 가려내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은 '나아감', '머무름' 그리고 '물러섬'에 있어서
확고한 제대로 된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고 하여 결코 뭔가를 더 알게 되는 것은 아니었고, 지금보다 더 들어도 분명 그럴 게다.
더구나 이제는 한 번의 실수나 실패가 주는 충격이나 여파가 너무 크다.
그만큼 맷집이, 버티는 힘이 약해진 것이라 여겨도 무방할 게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다시금 계획을 세우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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