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합리적 존재인가?
아니면 사람은 합리화하는 존재인가?
물론 개인에게 힘든 일이 닥쳤을 때 그것을 이겨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게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쉽거나 짧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명 힘든 시간이다.
그러기에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이 때로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신(神)까지 웃기게 만드는' 삶의 계획을 세우면서 정신적 위안이나 이겨나갈 힘을 얻기도 하면서 말이다.
2년 전 수술을 받은 후 같이 근무하던 흉부외과 선생에게 물어봤다.
"이제 술을 마시면 안 되겠죠?"
"부정맥등의 리듬에 관한 질병이 아니라 밸브에 관계된 수술이기에 술과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안 마시는 게 낫겠죠."
순간 '아니 마셔도 돼?'라고 잠시 동요하였지만,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2-3잔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잘 유지하고 있다.
하~ 내 인생에서 담배를 끊고, 술을 자제하는 그런 삶이 가능하다?
솔직히 2021년 6월까지는 전혀 상상을 하지 못하였었는데...
지난 토요일 대학시절 5, 6(or 8)년을 거의 붙어 지낸 친구와 후배와 같이 부부 동반으로 밥을 먹었다.
3명이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 나는 수술 때문에, 한 명은 원래 못 마시고, 말술이었던 한 명도 심장 질환 때문에 -,
뭐 이런저런 이야기로 몇 시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내가 예전 술을 마시고 황당한 '개소리-내용은 완전 개소리가 맞다.-'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혀 기억에도 없고, 도저히 말도 되지 않기에
'거짓말하지 마라, 내가 실수를 많이 하기는 했어도 그런 말을 했을 리는 없다.'라고 항변(?)을 했다.
--- 뭐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음날 학점 때문에 '온라인 학회'를 틀어 놓고 딴짓을 하고 있는데,
어제 그 이야기가 자꾸 떠오른다.
'아~ 걔가 거짓말을?,
아니야, 내가 또 술 처먹고 뭔 개소리를 했으니 그러겠지...'
혼자 앉아 있어도 부끄러움이 확~ 밀려 올라온다. 우습기도 하고...
'햐~~~ 내가 그런 개소리까지???'
에라스뮈스의 우신예찬 마지막에 언급한 글.
'같이 마시고 다 기억하는 이를 나는 증오한다.' ㅎㅎㅎ... 뭐 증오까지야...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이 나이에서라도 그나마 술을 조금은 자제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병(病)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한 번씩 그 '지랄'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내가 지은 죄가 많기에, 그런데도 좋게 말해서는 개선이 안 되기에,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깊이 새겨주기 위해?
그렇게 '병(病)'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때로는 병(病)을 고맙게도(?) 여기면서.
최근 그래도 한두 달에 한 번씩 간혹 술자리에 참석하곤 한다.
10시 11시가 넘어가면 조금씩들 취해가고 이런저런 쓸데없는 말들이 날아다니고 나는 맨 정신에 다 들어줘야 한다.
'아~ 내가 예전에 저지른 죄값들을 이렇게 되갚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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