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 딸과 이야기를 나누다 'UB통신'이라는 단어를 아느냐 물어보니
잠시 머뭇거리더니 처음 들어 본다고 하였다. 당연할 게다.
그래서 잠시 '유언비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냥 넘어갔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문장 - '신문의 행간(行間)을 잘 읽어야 한다.'
만약 이 문장까지 대화에 끼어 넣었다면, 아마 딸은 소파에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그냥 방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재미있게 TV 보는데, 갑자기 아빠가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듯한 소리'를 한다면서 말이다.
물론 오늘에도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는 독서법에서 나름 의미를 가지고 다루어진다.
하지만 1980년 대과 2020년대의 시간적 간극만큼 그 의미도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할 수 있다.
2020년대에서는 작가나 기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여 더 큰 의미를 찾아낸다는 정도로 이해를 한다면,
1980년대에서는 군사 독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 사회면 하단 구석의 1~2단짜리 짧은 기사 내에서라도
나름의 '진실'을 알리려는 극소수 기자들의 나름의 힘겨운 투쟁의 의미로 이해된다고 할 수 있을게다.
2.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승리와 영국의 브렉시트의 충격으로
그해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이 언급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것이 너무 애매한 너무 친(親) 언론적 입장에서의 표현이 아닌가 여겨졌었다.
왜냐하면 마치 그 이전의 언론은 '진실(truth)'만을 가지고 펜을 휘두른 듯한 뻔뻔스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비슷한 게 언급된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단어도 거시기하게 느껴지고,
아예 '개소리(Bull shits)'가 확실하고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싶다.
물론 너무 과격한 것이 약간 거슬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지지를 발표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테러 단체 IS에 무기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턴이 IS와 주고받은 이메일이 공개됐다’
'클린턴 후보가 피자집에 아동 성매매 조직을 비밀리에 운영 중이다’
- 더구나 이에 흥분한 한 인간은 총을 들고 피잣집에 나타나 사실 확인을 위해 실제로 난사를 했다.
2016년 미국 대선은 가짜 뉴스가 판을 친 선거로, 그리고 그것이 확실한 표심으로 작용한 선거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 많은 내용들이 멀고도 먼 발칸의 마케도니아, 그중에서 인구 5만이 안 되는 작은 도시 벨레스에서
18세의 고등학생 한 명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퍼져나갔다는 부분에서는 입이 벌어질 뿐이다.
그리고 루마니아에서 24세의 젊은이에 의해서도 상당 부분이 이루어지고...
그러고 보니 'KGB 개입설'은 나름 수준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3.
전 세계에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에 있어서 '가짜 뉴스, 개소리'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주제이다.
무엇보다도 엄청난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같은 '가짜 뉴스, 개소리'를 다루면서도 뭔가 차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같은 주제를 다룸에도 그 나라의 정치, 사회와 역사등의 차이로 인한,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을게다.
물론 지금의 이 글이 어떠한 편파성도 없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쓴다고 자부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 '차이'라는 것도 순전히 자의적이고 편향적 해석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4.
먼저 'UB(유비) 통신(流蜚通信)'이라는 의미를 다시 찾아본다.
여기저기에서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을 뜻하는 '유언비어'를 통신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한마디로 '개소리'이거나 '가짜 뉴스'를 나름 포장한 단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80년대와 90년대를 넘어서면서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그 '진실성' 때문이었다.
즉, 언론에서 다루지 못하는 사실이나 사건들이 '~카더라 통신'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던 이런 'UB통신'의 이름으로 조금씩 퍼지기 시작하였다.
공식적인 언론과 정부에서는 '유언비어 유포죄'등으로 몰아가면서 결코 수면으로 올라오지는 못하였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은 진실로 밝혀지게 되는 일련의 반복적인 과정을 겪게 되었다.
'박정희는 밤이면 요정집에서 젊은 여대생을 끼고 씨바스 리갈 30년 산을 마시며 일본 '엔카( (演歌)'를 즐겨 듣는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과 노태우는 탱크를 몰고 한강을 건너와 쿠데타를 일으켰다.'
'1980년 5월 계엄군이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총칼로 대량 학살을 자행하였다.'
'권인숙이라는 22살의 여성이 학생 운동과 연관되어 경찰에게 성고문을 당했다.'
'서울대생 박종철이 남산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다가 죽었다.'
이상의 소식들은 당시 가장 강력하게 처벌받았던 대표적인 소위 'UB 통신(유언비어)'의 내용들이다.
물론 입에서 입으로 군중을 통해 전해지는 속성상 당시의 'UB 통신'이 모두 진실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내용이 과장되거나 부분적으로 변질되었을지라도,
그 시절 전체적 내용은 이후 진실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때로는 공적인 주요 언론보다 더욱 관심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곤 하였었다.
5.
물론 어느 것이 '진실이냐'라는 논쟁만큼 쓸데없으면서 우기기 딱 좋은 논쟁도 없을 것이다.
어지간하면 '국제 평평한 지구 학회'라는 것이 아직도 존재를 하겠는가?
그러기에 가짜 뉴스나 개소리들도 스스로는 진실이라고 우기면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사람들은 사실(fact)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다.
실제로 무엇이 어떤 것이 사실(fact)인지 별로 관심도 없고, 일일이 확인하기도 귀찮고 어려우니 알 수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서사(敍事)'의 구조를 가지는 것인가의 여부이다,
내 귀에 쏙 박히는 내용, 내가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같이 흥분할 수 있는 '서사구조'여야 된다.
인간들이 가지는 착각중의 하나가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고 믿는 것이다.
인간은 아주 드물게 간혹 이성적이지만, 대부분은 감정에 의해 지배되고 쉽게 휘둘리는 존재이다.
침팬지와는 단 1.6%의 유전자 차이만을 가지는 존재로서 말이다.
6.
올해 2023년 6월 서울에서는 '글로벌 팩트(Global Fact) 10'이라는 국제 행사가 있었다.
세계 팩트체킹 네트워크(IFCN)와 SNU 팩트체크가 공동 개최한 세계 최대 팩트체크 콘퍼런스라 할 수 있다.
즉, 오늘날 세계 언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 사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가짜 뉴스와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한국의 언론에 대한 몇가지 조사 결과가 나왔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을 참고하면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28%로 46개국 중에서 최하위 수준을 보였으며,
특히 언론사별 신뢰도에서는 국내 최대 신문 방송 언론사들이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즉, 거짓말-가짜 뉴스, 개소리-를 하면 할수록 언론사들의 배는 더욱 불러진다는 극단적 아이러니를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아무리 '가짜 뉴스'가 판을 쳤다고 하여도,
그래도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그 선두에 나서는 꼴불견을 연출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2022년 한반도의 대선, 아니 그 전후의 온갖 '개소리 향연'에서 소위 국내 주요 언론사들은 과연 어떠하였는가?
일개 시정잡배들보다 먼저 꽹과리나 징을 들고 나와 '생지랄'들을 떨지 않았는가?
-도저히 이보다 더 정확한 다른 표현을 찾을 수가 없다.-
'COVID-19보다 그 예방 접종이 더욱 위험하다.'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유전자가 조작된다.'
물론 언론사에서 먼저 기사를 퍼뜨리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극우들이 떠드는 헛소리들을 '팩트체크'라는 미명하에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마치 확인 검증된 사실인 양 오해하기 딱 좋게,
결론도 애매하게 내리면서 더욱 확대재생산될 여력을 충분히 남겨두는 야비한 방식으로 일조를 하였던 것이다.
다른 정치권의 가짜 뉴스를 꺼내려니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는 수준의 것들이 너무 많아 그냥 포기하였다.
7.
물론 미국이나 유럽등에서의 가짜 뉴스와 한반도에서의 가짜 뉴스가 '차이'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분명 공통점도 있다.바로 무엇보다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 집단이 어두운 방구석에서 개별적으로 몰래 이루어지던, 대형 언론사의 이름을 달고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던
그 양측은 모두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그리고 그러한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쩌면 바로 이러하기에 공식적인 언론계에서도 '그 선(線)'을 넘어려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 게다.
역으로 그러기에 언론이란 이름이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 이미 1945년 해방이후 제대로 된 역사 청산을 이루지 못한 이 한반도에서,
새삼 이러한 것을 언급하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만 말이다.-
8.
2023년 권력은 다시금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듯하다.
며칠 전에는 굥정권 이후 '명예훼손 고발'이 급격히 증가하였다는 뉴스를 접하였다.
-물론 감히 우리나라 언론에서 떠든 내용은 아니다. 미국 언론에서...-
즉 18개월 동안 굥정부·여당은 언론사나 언론인을 상대로 최소 11건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하며,
문재인 정부는 5년간 4건, 박근혜 정부 8건, 이명박 정부 7건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양을 비교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소송을 위해 언론인들의 집과 사무실에 검찰의 압수수색이 최소 6차례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권력이나 검찰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엄중한 사태에 오직 침묵으로 나름 현명하게(?) 대처하는 언론들이 더 대단하지 않은가?
예전 강호동이 자주 외쳤었다. '나만 아니면 돼!!!'
그냥 심심하고 궁금하기에 무슨 내용들인지 간단히 몇개 만 정리해 본다.
'쥴리의 트위터 계정에 공식 인증 마크를 부착하는 데 외교부가 동원됐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천공이 개입되었다.'
'윤석열은 '날리면'이라 하였는데, MBC는 이를 '바이든'이라 하였다.'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당시 윤석열과 박영수를 통해 사건을 무마했다는 김만배의 음성 파일' 조작
최근의 몇 가지 '유언비어'중에 하나.
인터넷 언론인 '나무위키'에서 얼마 전에 사퇴한 김승희 전(前) 의전비서관을 검색해 보면
'김건희와 호스트빠에서 만난 인연이라고 열린 공감 TV에서 특종 보도된 바 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별 관심도 없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아마 몇 년 지나 봐야 그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게다.
대통령실은 나름 단호하게 말한다.
“언론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제기됐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미국의 소리(VOA)'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그만한 용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9.
2022년 대선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하나의 전선(戰線)'을 생각하였다.
'거대 극우 주류 언론 對 초야(草野)의 소규모 비주류 여론'의 전선(戰線)
-개인적으로 몇몇 방송에서 자부하는 '진보'라는 단어를 피하고 싶다.
어찌 될지 누가 아는가? 더 이상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2007년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시기는 조중동을 위시한 극우 언론들의 미친 막장극이 전체 판을 완전히 지배하던 시기였다.
당시 느낌으로는 앞으로 그 누구도 도저히 그 격랑을 이겨나갈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의외의 지점을 뚫고 사람들의 생각들 의견들은 점점 모여 나름의 힘을 만들어 가는 듯하였다.
즉, 1인 방송 또는 소자본 방송이 가능한 유튜브 등의 개인 인터넷 방송이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유튜브나 인터넷의 부작용에만 눈길이 가고, 그러니 무시 또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의 쓰레기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넘어가니
그 나름의 그 특유의 순기능과 긍정적인 내용과 힘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듯하였다.
그리고 그 작은 힘들이 처음 제대로 응집된 것이 2022년의 대선이 아니었나 평가한다.
안타깝게 하루 종일 TV만 끼고 돌며 뽕짝이나 흥얼거리는 60을 훌쩍 넘긴 늙은이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그 미세한 기울기(gradient)로 인한 고통이 지금도 뼈지리게 느껴지지만,
다시금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약간의 위안이 되기는 한다.
10.
이 세상은 다시 'UB통신-유언비어' 對 '가짜 뉴스, 개소리'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다시금 은연중에 주류 언론이 아니라, 새로운 언로(言路)를 통한 '뉴스'를 기다린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이후 그 진실성 여부에 대한 판단과 평가가 뒤따를 것이다.
물론 '극우 주류 언론'들의 흙탕물질은 계속될 테이고 말이다.
역시 역사는 반복되는 모양이다.
한 번은 희극으로 한번은 비극으로 되든, 아니면 희극과 희극이 때로는 비극과 비극이 반복되어 이어지든...
사족)
예전 등산객들의 약간 황당한 로망 중의 하나가,
지리산 대피소에서 삼겹살을 구워 병째 들고 온 시바스 리갈을 마시는 거였다.
왜 하필 시바스 리갈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나도 12년산을 한 병들고 가서 같이 먹기는 하였었다.
당연히 맛은 죽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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