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영화 등의 후기

도서 -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누군가에게는 '또 히틀러인가?'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어떤 점에 주목하는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며,
그리고 바로 이것이 역사를 끊임없이 다시 읽고 다시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의 연속'으로 역사를 바라볼 때
2022-4년을 지나는 한반도에서의 이 시간은 다른 어느 시기를 운운하기보다는
1920~30년대의 독일과의 대화가 더 의미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찌하여 '시인과 사상가의 고장'이라 자부하던,
그토록 앞서가고 창의적이고 엄청나게 현대적인 민주주의 나라였던 바로 그 독일에서,
인류 역사상 윤리적으로 가장 사악하였으며 가장 반지성적 반이성적이었던 히틀러 집단이 자라나고 성장하였고
나아가 마침내 정치 권력을 움켜쥐게 되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며 글을 시작한다. 
 
1914년부터 종전이 이루어진 1918 동안 4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지도자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병에서  단 한 계급도(하다못해 병장이나 하급 부사관으로도) 진급하지 못하였던 히틀러.
종전 직후 잠시 권력을 잡았던 '바이에른 소비에트 공화국'에서 대대의 부대표로 선출되어 소비에트 선전부의 연락 담당으로 활동하였던 그의 이력은, 당연 바이에른 우파 주정부의 수립 이후 골칫거리가 된다.
하지만 그는 좌파를 지지한 동료병사들을 밀고하고 조사관을 돕기 시작하면서 가볍게 위기를 돌파해 버린다.
- 지위는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남한의 박정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혁명적 사회주의자에서 반유대주의 극우파로 변신한 그는 특히 '연설' 분야에서 자신의 탁월한 능력을 발견하게 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어찌 세계의 역사가 한두 명의 특출난 이들의 활약으로만 이루어지겠는가?
제1차 대전 패전의 실지적인 책임자이면서도 교묘한 논리로 빠져나와 국민적 영웅으로 행세한 힌덴부르크를 비롯하여
총리를 역임한 슐라이허와 파펜등의 정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찌하여 독일은 저렇게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고 편협한 이들을 지도자로 떠받들며 살았던가라는 의문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기에 한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집결되지 않으면 벌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1918년에서 1934년의 독일에서 응집 축적되었다가 폭발적으로 터져 버린 것이라 여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역시 최악의 상황으로만 말이다. 

하지만 1928년의 선거에서 2.6%의 득표에서 1930년 18.3%, 1932년 37.27%, 1933년 바이마르 공화국 마지막 총선에서의 43.91%.
어떻게 독일이라는 문명국에서 그토록 천박하고 공허하고 상스러운 협잡꾼에게
그렇게 많은 이들이 그 짧은 시기에 그토록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1933년 11월 '전권위임법' 통과 이후 모든 정당을 해산하고 치러진 제국의회 총선의 결과는 92.11%의 지지율.
'완전히 미쳐있었구나...'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을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 유명한 소설 안나 카레리니의 첫 문장이다.
물론 독일의 불행(비극) 역시 그 나름의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자연스러운 결과로 당연히 그 모든 실질적인 고통은 고스린히 독일국민들의 몫으로만 돌아갔다는 것이다.
1934년 86세의 힌덴부르크는 나름 편안한 분위기속에 사망을 하고,
파펜은 '장검의 밤'에서 많은 부하들이 사살을 당하는 와중에도 히틀러에게 구걸하여 목숨을 유지하였으니 말이다.  
 
이 책은 '장검의 밤'을 마지막으로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는 시기까지를 다룬다.
그리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유리한 점이 한 가지 있다. 그들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자위하며 끝을 맺는다.
하지만 2024년 오늘의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등의 현실을 볼 때 과연 이 말에 동의할 수 있을까?
 
세월만 흘러가고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바뀐다는 것이다.
개별 시대의 당사자들에게는 당연히 처음 겪는 일이다. 
비록 책이나 언론 매체들을 통해서 몇가지 주워듣기는 하였지만, 너무도 바쁜 일상에 깊은 관심을 두기는 어렵다.
그리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당연히 객관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믿으며...-
"This time its different." 
 
1945년 4월 27일 결국 베를린이 함락되기 직전
히틀러, 괴벨스 그리고 나치 친위대 소장 빌헬름 몬케는 벙커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데,
히틀러는 집권 초기 유대인 좌파들에게 "너무 친절했던 걸  나중에 후회했지."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 새로운 시대에 새로이 출현하는 '괴물(?)'은 더욱 교묘하고 상스럽고 반이성적이고 반지성적일 게다.
그리고 사람들은 또 다른 것 같지만 결국은 똑같은 광기로 그를 떠받들게고 말이다.

'책, 영화 등의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 '하나비'  (1) 2024.02.09
영화 - '나라야마부시고(考)'  (0) 2024.02.06
'4 3 2 1' - 폴 오스터  (4) 2023.12.05
침팬지 폴리틱스  (1) 2023.11.16
책을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  (0) 202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