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늦게 김해를 다녀오니 딸이 물어본다.
"아빠, 일본의 고려장 같은 걸 다룬 '나라...' 뭔가 하는 영화가 뭐였지?"
"음, 나라야마부시고?"
"응, 그거 'watcher'에 있더라, 내일 낮에 심심하면 봐"
우연히 이 영화는 나의 수련 전공의 시절의 처음과 끝을 같이 하였다고 할 수도 있다.
인턴 시절 '단편 소설집(集)'에서 우연히 접하였던 작품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었고,
전문의 취득 후 군대 가기 직전 video로 이 영화를 접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20년이 넘어서 다시, 하지만 좀 더 크고 깨끗한 화질로 감상하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일본의 깊은 산속 외진 마을에서 내려오는 전통.
식량 부족이 주 요인이겠지만, 70이 된 노인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인 '나라 산(山)'에 들어가야만 한다.
이제 69세의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너무도 건강한 할머니는 스스로 이빨을 부수면서 늙은이 행세를 한다.
그리고 70이 되는 겨울 아들에게 산으로 데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당연히 큰 아들은 산으로 가야 될 시간을 늦추려 하고...
어느 날 그 아들은 어린 시절 할머니를 산으로 데려가길 주저하는 아버지와 말다툼 끝에 총으로 쏘아 죽였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어머니를 직접 산으로 모셔야 하는(아니 산에 버려야 하는) 현실에 힘들어한다.
결국 어머니를 산으로 모시고 돌아와 보니
꼴통인 그의 큰 아들은 새로운 여자를 임신시켜 집에 들여놓은 상태이다.
그 임신하여 부어 오른 배를 보면서 주인공은 어머니가 죽으면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날 것이라 했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위 '고려장' 비슷한 문화에 대한 전설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등에서 그 실체가 나타난 적은 없다.
모두가 가뭄과 홍수 때로는 전쟁등으로 이어지는 지독한 기근에 지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기에 그 무대의 배경으로 자연스레 헐벗고 굶주린 삶에 지친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토록 삶이 힘들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거나 향긋할 리는 없을 것이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듯한 '기근'과 '폐쇄'는,
자연스레 더러움, 유아 살해 및 매매, 폭력, 섹스, 집단 살인 등의 보다 원초적인 형태로 표현되곤 한다.
하지만 친부 살해의 죄업에 이제는 친모 유기를 감당해야 하는 아들의 인간적인 고통이 영화의 중심 축을 이룬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그리고 끝난 후의 느낌을 간단히 표현한다면,
첫째는 너무 더럽고 징그럽다.
출연자들의 몰골도 그렇고, 자주 대비되는 뱀이나 개구리들, 수간(獸姦) 묘사 등등...
아후~~~
둘째는 안타까움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아니, 이렇게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내던 일본이 오늘날은 어찌하여 이런 꼴인지 말이다.
셋째는 '찾아봐야겠다'.
저 아름다운 영화의 배경이 어디지?
산행은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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