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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등의 후기

침팬지 폴리틱스

인간과 너무도 닮아 보이는 침팬지,
아니 1000만 년 전 유인원에서 분화되기 전에는 같은 조상을 가진 동족이라고 표현하면 좀 과한가?
하지만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차이는 고작 1.6%.
그러기에 유인원을 보면서 자연스레 드는 의문
'인간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이제까지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들에 대한 인지 능력, 성생활-일부일처제, 근친상간, 외도...- 등의 연구가 있었다면,
이 책은 '사회 구조'를 중심에 두고 침팬지들의 서열, 위계질서 그리고 권력의 변화를 중심으로 
그들 리더의 추방 및 교체를 둘러싼 권력에 대한 집념, 세력 판도 그리고 이것이 성(性)적 특권에 미치는 영향등을
6년의 연구기간동안 네덜란드의 대규모 야외 사육장에서 관찰한 침팬지의 '정치의 역사'에 대한 연구 기록이다.
하지만 작가도 언급을 하지만 이러한 '동물 행동학(ethology)'이란 것이 '해석'의 문제이기에
그 진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냥 무관심하였거나 별 의미 없이,
때로는 나름 자세히 지켜본다고 하여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의 지각 능력이 모자라기에 제대로 알거나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은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주는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제대로 된 인류의 역사를 언제부터라고 콕 찍어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초의 인류라 여겨지는 440만 년 전의 '아르디'나 크로마뇽인이 출현한 35만 년 전을 출발로 잡기는 뭔가 애매하다.
개인적으로 신석기시대였던 괴베클리 테페나 차탈회위크가 건설되었던 1만 년 전을 시작으로 잡는 것이 무난해 보인다.
거기에 비해서 침팬지들의 '정치의 역사'는 분명 인류보다 훨씬 더 긴 역사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게다.
 
물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는 있는지 '확실히'는 알 수 없는
침팬지 30여 마리로 이루어진 집단에 대한 6년의 관찰을 통해 '정치의 역사' 운운하는 것이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암놈, 수놈, 그리고 여러 새끼들의 수백 수천번 반복되는 행위들을 일일이 체크한 저자(著者)의 노력을 통해 구성된 '그들의 정치 세계', '그들의 권력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고개를 끄덕이고, 자연스레 오늘날 인간들의 정치 현실의 새로운 측면들을 일부 이해하게 되는 듯하기도 하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당연히 '신체적인 힘'이 권력 쟁취의 결정적인 요소인 것으로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수놈들 사이의 '합종연횡(연합)'이나 암놈들의 지지 등의 사회적 관계가 보다 결정적 요소로 작용을 한다.
그리고 권력자임에도 약자를 배려하거나 베푸는 삶등이 부족할 경우에는 
다른 수놈들의 '연합'이나 암놈들의 배척등으로 결코 장기간 안정적인 권력 유지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최고 권력에서 떨어진 이후의 '떼쓰기' 부문에서는 최근 자연스레 젊은 정치인이 연상되어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하였다.
즉 침팬지에서도 권력의 종말을 알리는 또 하나의 특징으로서 막무가내식 떼쓰기가 나타나는데,
이런 품위 없는 행동은 경멸을 불러올 뿐이므로
실질적인 지지를 모두 상실해 버리고 나면 떼쓰기를 멈춘다는 것이다.
 
또 하나, 침팬지에서도 나타나는 공격적 행동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성(性)적 차이를 언급하고 싶다.
수놈은 그래도 몇 분 동안이나마 사전 징후를 보인 후 본격적으로 폭발하여 공격을 하지만
암놈은 아무런 사전 경고도 없이 돌발적으로 폭발하여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익숙한 상황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현생 인류와 단 1.6%의 유전자적 차이를 가지는 침팬지.
그러기에 제러미 다이아몬드는 인류의 역사를 논하는 그의 책 제목을 '제3의 침팬지'라 하였는가 보다.
최근 '군중'에 대한 책들에 관심이 가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혔는지 모르지만,
그리 진지하지 않게 '침팬지들의 치열한 정치(권력) 투쟁'에 잠시 빠져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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