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로 기억한다.
막 전문의를 따고 군대 가기 직전의 겨울, 쌍문동의 집 마당에 엄청 눈이 많이 쌓였었다.
영풍 문고로 기억을 하는데, 책을 몇 권 살려고 오전 종로에 잠시 들렀다.
아마 3~4시간은 흘렀을게다, 하염없이 책을 뒤적였지만 한 권도 고르지 못하였다.
지금 같은 인터넷 시절이 아니었기에 당시 그 넓은 매장을 뒤진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약간 황당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시절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지금 생각해도 그 나름의 멋과 맛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 한 권도 고르지 못하였다.'
이것은 너무 무거워 보이고, 저것은 너무 가벼워 보이고
이건 나와 너무 생각의 차이가 크고, 저건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고, 그리고 저것은 또 뭔가가 마음에 안 들고...
당시는 빈 공간에 느긋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는 그런 생각은 못하고,
추운 겨울날 빨리 책을 사서 나와 지하철 타고 집에 갈 생각뿐이었는데.
최근 근 일주일째 'Yes 24'를 뒤적이고 있다.
어제 겨우 두 권짜리 책을 하나 골라 카트에 담았지만, 솔직히 마음에 쏙 들지는 않는다.
물론 때에 따라서 구매한 책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기는 하였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뒤적이는 데도 찾지 못한 적은 없었는데...
2001년 그 겨울 이후로는...
물론 내 마음이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또 이 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겠지만,
이렇게까지 책들이 숨겨져 있다니?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뿐인데,
아마 이런한 추측도 내 마음의 문제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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