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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다녀온 이야기

외씨 버선길 - 3

아침에 일어나니 용전천을 따라 짙은 안개가 깔렸다.

'아~ 오늘 낮에도 덥겠구나...'

가방에 몽쉘 4개가 남아있어 아침 식사로 먹었다.

모텔방에 앉아 일단 2개, 하나만 더, 하나만 남기기는 애매하네... 결국 4개 다 먹었다.

이 식탐은 언제 어디 가서도 쇠해지지가 않으니...

어제는 밤이라서 제대로 보지 못한 2구간 출발점인 '소헌 공원'을 다시 천천히 둘러본다.

세종대왕의 妃였던 소헌 왕후의 본관이 '청송 심(沈)'씨라는 이유로 이 공원 이름을 정하였다고 한다.

운봉관이나 찬경루등의 건물이 제법 규모와 운치를 자랑할 만 한 볼거리이다.

특히 연못이라 추정되는 곳이 있는데, 물이 말라 있어 약간 아쉬움이 남지만...

짙은 안개 속으로 걸어간다.

뭐 별다른 정취를 느낀다든지 하는 그런 거는 없다.

저~ 멀리 뿌옇게 보이는 것이 뭘지 궁금하긴 하다.

짙은 안개로 절벽(?) 전체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흐릿한 시야속에 중력에 맞서는 듯 힘겹게 자라는 버티는 저 나무가 유독 눈에 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 만약 내가 다시 이 길을 거닌다면, 과연 그때 저 나무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산들이 다 그러 하겠지만,

이름이 가진 선입견 때문인지 유독 이곳에는 소나무가 많고 멋있는 듯 하다.

내일은 출근하여 종일 근무인데, 오늘은 어디까지 가야할까?

그냥 천천히 2구간만 걸으면서 구석구석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 굳이 핑계는 아니지만, 갈수록 게을러지는 듯한 이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청송 고택 마을에 이르렀다.

요즘은 주 관심사가 이사이다 보니, 자연히 고택이나 한옥에 눈길이 많이 간다.

-- 더 늦기 전에 집을 지어 살아야 할텐데..., 집을 지어면 개고생이고 후회한다던데... 답을 모르겠다.

이곳은 앞에 언급하였던 '청송 심(沈)씨'이 본관이라 마치 집성촌 같은 분위기이다.

조용한 마을의 조용한 아침이다.

인기척도 거의 없고, 간혹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지만

도시에서 목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몇번 짖다가 답이 없다 싶으면 그냥 입을 다무는 듯.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일도 없고, 아무일도 없을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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