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안개가 걷히면서 제법 따가운 햇살이 비친다.
이렇게 차가운 서리를 3~4차례 맞아야 사과는 더 맛있어 진다는데.
예전 울산에 살 때는 청송에 지인이 있어 몇 년간 사과를 받아 먹었었는데,
사람이 간사한 것인지, 남원 지리산 사과를 먹은 이후로는 청송 사과를 가까이 하지 않았었구나.
그래도 여전히 이 곳 청송과 지난 달 다녀온 영주 주위에는 온 천지 사과 밭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여전히 사과 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소나무 숲과 얕은 개울을 지나 길을 이어 나간다.
그리 멋있거나 아름답다고 느껴지지는 않으나, 가을 햇살 아래 참 걷기 좋은 길이라 여겨진다.
세상이 그러 하지 않은가?
뭐 다 잘 나고 멋있고 이쁜 것들만 뻐기며 살아가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별 볼일 없는, 그리 잘 난 것 없는, 이리 저리 찢기고 구겨진 것 같은 우리 같은 이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 세상 향유하며 살아갈 권리는 있지 않은가.
가다가 애매하거나 모르는 길이 있으면 약간씩 헤매이거나 때로는 이정표를 따라 이어가면서 말이다.
약간의 오르막길 이지만, 마침 쉬기 좋은 곳이 있다.
자그마한 돌탑이다.
여기를 지나가는 이도 얼마 없을텐데-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으니- 누구의 정성인지,
무엇을 그리 간절히 바라며 이렇게 쌓았을까?, 아니면 무엇을 그리 떨치려고?
억새 숲 길 사이로 길을 내었다.
- 억새인지 갈대인지 모르겠다. 구분하는 기준을 몇번 들었었는데, 그래도 모르겠다.
이렇게 가을이 짙어가는 시간이 되면 신불산의 억새가 생각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글렀구나 싶었는데, 이곳에서 약간의 대리 만족을 즐긴다.
약간 더 높은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면 햇빛에 일렁이는 억새의 춤사위가 한층 더 돋보였을텐데, 아쉽다.
이제 근 400년이 되었다는 신기리 느티나무에 이르렀다.
어느새 2구간도 그 끝이 다가온다.
이 곳 '청송 정원'에서 백일홍과 함께 이번 여행도 마무리를 한다.
아~ 이제 집으로 어떻게 돌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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