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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쓸데없는 이야기

허망한 논거들

잠시 십자군 전쟁 이야기가 떠오른다.
몇 번째인가 헷갈려 가만히 따져보고 찾아보니, 4번째 원정이었다.
아마 그 거룩한(?) '십자군 원정' 중에서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그러기에 가장 솔직했던 원정길.
돈에 환장하여 '자다르'를 공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국에는 기독교 세계의 정수(精髓)라 할 수 있는 노바 로마 즉 '콘스탄티노플'을 점령 약탈해 버렸으니 말이다.
 
1204년 4월의 둘째 주, 전면적 공격이 있기 바로 전날 밤.
주교들은 강력하게 '콘스탄티노플'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을 주장하면서 나름의 근거를 내세우려 하였다.
바로 그들 나름의 '교리 분쟁'을 언급하면서,
동로마인들이 '로마의 법은 아무것도 아니다. ... 그것을 믿는 사람들을 개라고 불렀다.'는 것을 근거로 말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단언한다.
'동로마인이 유대인보다 나쁘며, 그들이 바로 적(敵) 그리스도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전에 만들어진 계약서의 내용은 철저히 숨겼다.
십자군이 점령에 승리할 경우 영토와 약탈품 등에 대해
베네치아 공화국이 3/8, 십자군이 3/8, 새로운 비잔틴 황제가 2/8의 권리로 나누기로 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이다.
 
어차피 돈에 굶주린 병사들에게 논리나 논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기는 주교들의 설명이 병사들에게까지 전달되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 신문이나 방송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우리 일반인이 아는 것은 새발의 피도 안되는데, 그 시대는 어떠하였겠는가?-
 
먼 타향으로 떠나온 병사들에게는, 베네치아 인들의 배로 옮겨져 그들이 도착한 성벽이 어디인지 제대로 알기나 했을까?
아마 그냥 '돌격'이라는 구호에 미친 듯이 달려들지 않았을까?
 승리의 댓가로 주어진 '3일간의 약탈' 기간 동안, 술에 취해 마음껏 강간 방화 학살과 약탈을 일삼는 동안
그들은 그 곳이 바로 그들의 종교적 성지인 그 콘스탄티노플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고는 있었을까?
 
마침내 베네치아 상인들에게 진 빚을 갚게 된 주교들과 영주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승리를 얼마나 즐겼을까?
여기서 일말의 후회 자책이니 반성의 싸구려 감정 찌꺼기를 끼워 넣고 상상하는 것은, 
 아직 어리고 유치하기까지 한 내 정신 수준의 반영이 되겠지.
 
개인의 일상사든, 작은 조직 사회의 일이든, 크게 국가에서 나아가 세계적 범주에서 벌어지는 일이든
사람들은 나름의 논리나 근거를 내세우면서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
문제는 때로는 너무도 황당하여 미친 소리라고 하여도 스스로는 그것을 확신한다는 것이다. 
초보적 단계에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에서 근거를 내세우기 시작한다.
그것이 쉽고 정답이 없고 그러기에 증명되지 못하기에 대충 넘어가기 쉽다.
그러면서 차츰 간이 커지면서 무리수를 던지기 시작하고 과학적 세계로 넘어가면서 뻥이 커지기 시작한다.
 
세상이 점점 더 비틀려 가면서 논리나 논거, 나아가 논쟁이라는 것이
오늘날처럼 의미 없게 허망하게 가차 없이 여겨진 적이 있었나 싶다.
물론 앞으로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 나빠져갈 것이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AI가 개입되면 그래도 좀 더 새련된 거짓말이나 논거등이 나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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