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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쓸데없는 이야기

티토노스의 비극

최근 화제가 되었던 영화 '오디세이'의 영향으로 다시금 천병희 선생의 '오디세이아'를 읽게 되었다.
물론 영화는 아직 보지 못하였지만.
마침 무더운 여름이라 산책길에 그리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그 책에서 간혹 언급되었던 새벽의 여신 '에오스'에 얽힌 우울한 이야기가 떠오르곤 한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트로이 왕국의 왕자로서 프리아모스의 동생이기도 한 티토노스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항상 과하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지 않는가.
젊은 티토노스와 에티오피아로 넘어가 자식을 낳고 너무도 행복하게 살아가던 에오스는 
이 사랑을 영원히 이어가기 위하여 제우스에게 어려운 부탁을 한다.
'티토노스에게 영생을 허락해 주소서'
 
신화에서 인간이나 다른 신들에게 좋은 일을 한 적이 별로 없어 보이는 제우스가 웬일인지 이 황당한 부탁은 선선히 들어준다.
그런데 아뿔싸,
에오스가 중요한 것을 하나 빼먹었으니, 바로 늙지 않게 해달라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역시 제우스다운 선택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불멸의 존재인 에오스는 여전히 젊고 팽팽한데
나이가 들어가는 티토노스는 점점 더 초라하게 쪼그라들어 가게 된다.
그러니 그 뜨거웠던 사랑도 초라하고 구린내 나는 늙은이 앞에서는 어느듯 사라져 버리고
에오스는 점점 더 일찍 잠자리에 빠져나와 새벽을 알리게 되니,
괜히 미천한 인간들만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늙어간다는 것, 점점 더 죽음으로 다가간다는 것.
정작 중요한 '젊음'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초라한 숫자들만 남은 '장수'의 염원
다시금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젊음'이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늙고 불편한 몸뚱이와 지치고 피폐해진 마음으로 무슨 꿈을 꾸려나...
 
그렇게 쪼그라들은 늙은 티토노스는 결국 매미가 되었다고 하니,
더운 여름날 그렇게 시끄러운 매미의 울음소리가 새삼스런 감정으로 들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