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보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생활 취미생활 등등,
조금 길었던 그리고 약간은 다사다난했던 대학생활이나
인천-서울-울산-대전등 옮겨다닌 직장 생활 그리고 수년간 열성이었던 등산 활동 등에서 만나고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
더구나 진료 및 수술을 하고 입퇴원하였던 환자까지 떠올리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라 감당이 안된다.
우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왔었구나.
2023년 약간 고장난 몸뚱이를 책상에 기댄 채 가만히 생각을 해 본다.
과연 지금 내가 연락하고 교류하고 같이 살아간다고 느끼는 이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문득 비극으로 끝나버렸던 데카브리스트들에게 던진 한 역사가의 평가가 떠오른다.
'그들이 인민을 사랑한 만큼 인민들은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 말을 비틀어 하나의 의문문을 만들어 본다.
'내가 그들을 생각하는 만큼 그들은 나를 생각할까?'
- 물론 여기는 그 역도 성립할게다. '그들이 나를 생각하는 만큼 나도 그들을 생각하는 것일까?'
조건도 하나 덧붙여야겠다. '그래도 어렴풋이 나마 기억에 남아 있는 이들 중에서 말이다.'
무궁화호 같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간간이 스치며 지나가는 역(驛)들이 있다.
웬만하면 다 정차하는 무궁화호이지만, 그 마저도 외면하는 驛들이다.
한 때는 그래도 제법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기에 驛이라고 세워 뒀었는데,
어느덧 세월은 흘러가고 찾는 이는 거의 없어지고, 그러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조금씩 잊혀 가는 驛들.
이야기를 하다가 혹은 지나 가다 문득 깨닫는다.
'이 근처에 역이 있지 않았나?', '아~ 이런 곳에도 역이 있구나.'
그리고 대부분 그냥 지나간다.
그래도 아직 간간히 쓸모가 있는 곳은 '간이역(簡易驛)'으로 겨우 겨우 생명줄을 유지한다.
드물게 머무는 차량과 들고 나는 몇몇 사람들의 훈기에 그나마 살아있음을 느끼고 감사하고 그리고 나름 다음을 기약하면서.
그리고 나머지는 세월에 묻혀 廢驛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간이역'이라 하여 그 남은 생명을 누가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아마 누구보다 스스로는 잘 알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사라져 갈 것이라는 걸 말이다.
깊은 외로움은 없다.
뼈저린 서글픔도 없다.
어차피 삶은 또 그렇게 이어져 갈 것이고, 우리는 그렇게 나아갈 것이기에.
그냥, 추운 겨울 날 오래된 驛舍의 낡은 난로와 주전자에서 뿜어져 나오던 그 뜨거운 김이 그리워진다.
그 주위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어느새 간이역이 아니 폐역이 되어버린 듯한 내 방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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