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나라야마 부시코(考)'라는 소설과 영화가 기억이 난다.
50년대의소설 작품을 80년대에 영화로 제작하였으나, 명작의 힘인지 아직도 그런데로 기억이 난다.
물론 영화속에서는 '수간(獸姦)'-물론 장면은 당연히 없다.-이나, 죽은 남편의 소원으로 온 동네 남자와 성관계를 맺는다는 등 불편하고 황당한 내용도 들어있다.
하지만 주된 것은 부모가 70이 되면 새해 첫날 자식이 '나라야마'산 정상의 굴 속에 모셔놓는 다는 것이다.
흔히 일본 중국 한반도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고려장'의 전설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다.
예전 울산에서 한참 산을 다니던 시절 거의 70 가까운 나이에도 엄청나게 산을 잘 다니신 분이 있었다.
며칠전 사람들 만난 자리에서 그 분의 근황을 물어보니,
올해가 72세 인데, 작년부터 영~ 힘이 떨어져 이제 중간이나 후미에서 다니신다고 한다.
그 분도 70을 넘기는 순간 부터 몸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신체는 20대가 지나면서 노쇠하기 시작한다.
맨 처음 느끼는 것이 역시 기억력 집중력등의 뇌와 관계된 기능일게다.
물론 원래 잘 안되던 것이나 하기 싫고 하지 않아 안되는 것을 괜히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지만,
그래도 가장 절실하게 피부로 직접적으로 와닿는 것이긴 하다.
근력도 같은 운명이다.
하지만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근력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오는 경우는 드물게다.
그리고 어느 정도 운동을 통해 향상이나 유지가 가능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70이 넘으면서 부터는 운동을 통해서도 유지가 힘들고 급격히 감소 한다고 한다.
뇌는 이미 그 기능의 임계점을 느낀 지 오래되고, 이제 그나마 믿었던 근력 마저...
그러면 우리의 의지는? 역시 같은 운명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그 때는 그냥 숨만 쉬며 살아야 하나?
하지만 가슴속에 '고집'은 여전히 살아 숨쉬며 꿈틀거리지 않을까?
우리가 술에 취하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선한 본성은 사라지고, 더러운 성질만 남아 있는 것 처럼
도덕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선한 욕망'은 사그라 지고, 사악한 '욕심'만 더욱 기세를 부리는 것은 아닐지...
지금 50중반에서 60 언저리를 넘어가는 우리는 누구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경제적 안정을 이룬 것 같은 이는 이를 유지하거나 더 발전시키기에 허득이게 되고,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는 이는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분투를 하고 있으며,
그런 위기 속에 (희망)퇴직이니 자녀의 결혼이니 집안의 대소사에 때로는 큰 질병까지...
아~ 언젠가는 이것들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지...???
간혹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 씹은 소주 한잔을 들이키며 하는 이런 이야기가 들리곤 한다.
'이제 하나하나 정리를 해 나가야지. 그리고 나면 나도 내 인생을 즐겨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지금은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그렇지. 당연히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다음에 나름의 인생을 노후를 즐기며 살아야 되지 않겠나.
하지만, 지금처럼 힘든 그리고 앞으로 더 힘들어져 갈 게 뻔한 이 시대에 언제 제대로 마음먹은 대로 정리가 될까?
아니, 그 '정리'라는 것이 가능은 하겠는가?
이때까지 공부, 채무, 직장, 건강등 모든 면에서 그리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내가
어느 정도 지나면, 60이나 70쯤이 되면 갑자기 모든 것이 순리대로 잘 정리되고 풀려 있을 것이다?
Oh, No!!! 나는 전혀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내 인생에서 하나는 분명히 장담할 수 있다.
'과거가 힘들었듯이, 오늘도 힘들고, 그리고 내일도 여전히 힘들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지금부터 라도 노는 것에 집중하련다.
어차피 무작정 다 때려 치우고 놀 용기나 재주는 없으니, 가능한 얄팍하게 라도 말이다.
노는 것도 기예이며 나름의 재주이며 학습이니, 갑자기 할려면 당연히 어렵다.
잘 놀려면 나름 평소의 연습이 필수적일 게다.
그래 지금부터 라도 열심히 연습이라도 해두는 요량으로 노는 것에 집중하련다.
이제는 더 이상 미래를 기약하거나 '희망'이라는 괴물에 스스로를 맡기지 말자.
그 누가 내일을 미래를 보장해 주겠는가?
비록 '지금' 놀다가 힘들어지면 후회를 할 지 언정
'내일'을 기약하며 그 무거운 짐을 지고 황량한 사막을 지나는 낙타처럼 힘겨운 삶을 이어가다
어느 날 또 다른 사막이 나타나거나, 아니 문득 그냥 그렇게 끝나 버린다면
억울해서 어찌 눈을 감는단 말이냐.
놀자!
'지금'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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