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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쓸데없는 이야기

'에너지 절약'과 권력

어떤 사회적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정치적 관점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
팩트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으로 하면 되지 않는가?
결코 그럴 수가 없다.
먼저 글을 쓰는 이의 속내가 비치지 않을 수가 없으며, 더구나 결정적으로 읽는 사람의 관점도 개입되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음악 미술 영화 등의 예술 분야에서도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목에 칼날을 들이대는 꼴을 보지 않는가.
우리는 또다시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지 못하는 후진적 정신세계로 재 진입한 상황이다.
그런데 어찌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객관성'과 '중립성'이 지켜질 것이라 믿거나 기대를 한단 말인가?
그럼 이 글도 그런가?
아마 그렇게 써 나가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분명히 그렇게 읽힐 것임에 틀림없고.

어린 시절 입력된 내용은 참으로 오래 박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맞든 틀리든.
백열등과 형광등의 에너지 비용을 비교하면서 형광등 사용을 권장하던 기억이 난다.
70년대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든 길거리의 구호성 플래카드나 전단지등.
'멸공 통일'이나 '때려잡자 김일성'등의 구호 다음으로 많았던 것이
'둘-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와 더불어 '에너지 절약'이 아니었나 싶다.
쌀을 아끼기 위해서 전통주도 금지시키고 -그러고 자신은 계집 끼고 술 마시다 죽다니, 아~ 양주를 마셨구나...-,
밤이 되면 길거리의 가로등도 끄고, 수돗물도 아끼고...
어린 시절 그리 풍족하지 못한 집에서 자란 탓인지, 나는 아직도 '절약'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있다.
입고 다니는 옷이나 신발만이 아니라, 하다 못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거즈나 물품 전기 등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그 분야로는 세뇌가 아주 잘 되었다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2000년이라는 형식적인 전환의 시기에, 실질적인 변화를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어느 날부터인가 '절약'이라는 단어가 수그러들고, '소비'라는 이름이 전면에 부상한 듯한 분위기였다.
특히 어느 날 문득 '전기 절약-절전'이라는 말을 듣기가 힘들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 백화점이나 은행에서만 느꼈던 그 기이한 느낌 - 아니, 한 여름에 써늘하다니???-이
이제 버스 터미널이나 사무실 나아가 일반 가정집에서도 일반화되다시피 하였으니 말이다.
그때 개인적으로 '참으로 세상이 발전하였구나'라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게, 권력이 바뀌면서 분위기는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갑자기 다시 전기가 부족하기에 '전기 절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여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인가? 그럴 수 있다.
2010년대 중반에는 경찰병원에서 근무하던 이와 통화를 하다가 놀랐었다.
그 해 한 여름 무더운 시기에, 병원의 모든 에어컨을 껐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그래서 일부 환자들이 퇴원을 하거나, 못 나가는 환자는 전부 밖에 나와 어슬렁 거린다는 것이다.
모든 관공서에서는 에어컨을 꺼고 선풍기를 사용하며, 동시에 넥타이를 금지(?)하는-그래야 덜 덥다나?- 근무 지침이 내려졌다고도 한다.
지구대에 근무하던 경찰 지인에게 물어보니 역시 에어컨을 껐다는 것이다.
"더워서 어쩌냐?"
"너무 더우면 몰래몰래 살짝살짝 틀기도 한다. ㅎㅎㅎ"
그 시절 내가 근무하던 병원에도 한여름 에어컨을 26도로 맞추는 정부 지침이 내려왔다.
당시 원장은 이 지침을 너무 좋아하며 너무 잘 지키려 너무 노력하였다.
공공 기관 28도, 호텔 은행등은 26도, 백화점 대형 마트 공항은 25도
그 많은 사람들이 부채를 흔들며 땀을 닦으며 매장 사이를 지나가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어떤 이는 말할 지도 모른다.
"언제부터 우리가 에어콘 틀어 놓고 살았다고 그러냐? 우리는 선풍기에 부채 부치면서도 잘 살았었다."
뭐 평생 그렇게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든지 그건 본인 자유이지만, 남에게 강요하지는 말기 바란다.
나는 이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세월은 흐르고 다시 권력은 바뀌었다.
1년 전만 하여도 '한국은 에너지 소비 대국'이기에 '에너지 절약'이 필수라고 외치던 기레기들이
갑자기 독거노인이나 가난한 이들도 여름을 시원하게 지낼 권리가 있다며 에어컨 지원을 촉구하는 기사가 넘쳐난다.
그리고 어김없이 한여름은 돌아왔다.
간혹 전기 수급 위기라는 뉴스라는 말은 나와도, 더 이상 국공립 공공 병원이나 공공시설에서 에어컨을 끄는 일은 없었다.
다시 백화점이나 공항 지하철에도 서늘한 바람이 너무 강해 얇은 카디건을 걸치는 사람들도 간혹 보였었다.
어떤 뉴스에서는 전정부의 원자력 발전 시설이 이제 제대로 가동되는 덕분에 에너지 대란을 막았다고 이야기하고,
또 어디서는 올해 전력 최대소비 예상치를 적절히 준비하여 큰 위기를 넘겼다고 하고.
그리고 그럭저럭 세월이 흐르고 또 권력은 바뀌었다.

혹시나 혹시나 하던 일은 대부분 예상대로 벌어지기 마련이다.
또 전기와 에너지등이 난리를 부린다. 이번에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의 문제이다.
전쟁 때문이니, 원유가격과 LNG 가격의 상승 때문이라니, 일찍 올려야 하는데 늑장을 부렸다는니...

2008년 1월 2일 89.29$
2008년 6월 2일 120.98$
2014년 1월 2일 107.79$
2016년 1월 4일 32.54$
2020년 1월 2일 65.69$
2022년 7월 1일 106.34$
2023년 2월 1일 83.60$

2008년부터 무작위(?)로 뽑아본 국제 유가 가격을 간단한 표로 만들어 봤다.
약간 특이한 것은 2016년에 저리 가격이 낮은데도 그때 왜 관공서에 모든 에어컨을 껐어야만 했나?
2023년이 조금 오르긴 하여도 그 정도의 변화는 항상 반복되어 왔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왜 이 모든 전력 부족등의 사회적 흐름들이 권력에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인가?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즉각적으로 나오는 반응이 있다.
역시 발전소 건설이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약간의 변화라면, '원자력 발전소는 당연히 지어야지. 하지만 우리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지어야만 돼.'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멀~리라고? 얼마나 멀리?
그런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우리나라는 진짜로 전기가 부족한 나라인가?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지금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에너지 문제에 대한 초미의 관심은 모두가 'RE 100' 즉 '재생 에너지'에 관한 주제이다.
유독 한국만이 '신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하향 조정하면서 후진국형 모델을 지향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만 하여도 2021년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 규모가 총 설비규모에서 44.8%를 차지하였고 앞으로 더욱 박차를 가하는 추세이다.
또 귀찮은 통계 숫자를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누구는 부족하다고 하고, 누구는 매년 20~30% 과잉 생산되어 버려지고 있다고 하고 누가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8월 한 여름 일주일 정도는 간혹 부족할 때가 있는 건 사실인 모양이다.
그렇다 그 8월 한 여름의 일주일 정도만 말이다. 그것도 매 년은 아니고.

예전 연말만 되면 매 년 반복되는 헛지랄이 있었다.
바로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 작업이었다.
남은 예산을 우짜든지 다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미친 짓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것을 자인은 하는 꼴이다.
우짜든지 석탄이든 원자력이든 관계없이 발전소를 지어야만 하고
온 천지 산하에 그 흉물스러운 고압 송전탑들을 세워야만 하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그들과 그들을 둘러싼 개발업자 및 중개인들의 공동체적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더구나 이에 편승하여 떠들어 대는 기레기들의 Dog Whistle에 기막히게 찰떡같이 깃발을 펄럭이는 이들을 보면,
이 땅이 에너지가 부족하여 껌껌해지는 것인지, 전망이 사라져 가며 껌껌해지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인류에게 새로운 빛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바로 그 이탈리아에서
베를루스코니라는 이가 3번이나 수상에 지명되는 것을 보고 황당하게 여겼었는데
이제는 그 땅에 100년 만에 다시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 총리가 등극을 하게 되었다니 더욱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하지만 단 1년도 안되어 이렇게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지는 이 나라 이 땅의 현실을 보니
역사는 결코 남의 일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깊이깊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진짜, 이 땅은 지난 한 번의 불꽃을 마지막으로 그냥 꺼져 버리는 것인가?
그것도, 제대로 한번 타올라 보지도 못하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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