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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쓸데없는 이야기

WBC 대회를 마치고 - 국가 대항전에 대하여 -

1.
굳이 올해 WBC 대회를 우승한 일본에 대하여 샘을 내거나 그들을 깎아내리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들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만하고, 나도 기꺼이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스고이(すごい), 스바라시 ( すばらしい)~~' - 맞는 표현인가?-
 
그런데 2023년 WBC 대회 미국 대표팀 명단을 보니, 뭐가 약간 이상하다.
처음에는 분명 이번 대회에 'All In'을 선언했던 그들인데, 막상 최종 명단을 보니 뭔가가 좀 이상하다.
특히 투수진에서는 메릴켈리(前SK), 아담 웨인라이트(늙긴 늙었네) 등의 다소 낯익은 이름들이 보이기는 하나
그들이 미국 야구를 대표한다기에는 뭔가 좀 거시기하지 않나?
 
아~ 국적이 다르기 때문인가? 하기는 워낙 다민족 국가이니 말이다. 
게릿 콜 - 미국, 제이콤 디그롬 - 미국, 맥스 슈어저 - 미국, 클레이턴 커쇼 - 미국 등등
그러면 부상인가?
며칠 전  TV로 몇몇 투수들이 시범경기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니 그런 걱정은 지금은 걷어 치워야 할 것 같다.
결론은 일반 야수보다 예민한 투수들은 비싼 몸값에 걸맞은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뿐이다.
그러기에 부상의 위험등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돈이 안되는- WBC'는 불참하는 것이라 추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 불쌍한 '오타니 쇼헤이'만 게거품을 문 꼴이 되고 말았나?
 
이제 결론은 났다.
미국은 졌다. 분명 미국 야구는 큰(?) 상처를 입었을게다.
'아니 수천억 원의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저버리다니.
이런 개념 없고 이기적인 몇몇 선수들을 어찌 용납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난리가 나야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이리 조용한 걸 보면 이건 선수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
국민들 자체가 아주 글러 먹은 것 같지 않은가?
 
2. 
축구를 생각하면 우리에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월드컵일 게다.
아직도 2002년의 그 기억과 환호, 그 함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도 월드컵 시즌만 되면 온 나라가 들썩이는 건 여전해 보인다.
물론 그 강도(intensity)는 2002년 만은 못한 것 같지만 말이다. 
비록 국내 프로리그는 관중이 없어 썰렁하지만, 여전히 '국가 대항전'은 자리가 부족하다
어디 우리만 그러겠는가? 유럽이나 남미는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닐 게다.
'걔네들은 거의 미쳐있을걸?'
--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1998년 프랑스에서는 월드컵을 앞두고 '안티 월드컵(Anti-Coupe de monde)'이라는 조직이 결성되었었다.
응원 장소 이외의 장소에서 서포터들의 고성방가나 광적인 행동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며,
나아가 월드컵 축구 안 보기 운동까지 전개하였었다.
그리고 이 운동은 2006년 독일 월드컵 기간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재현되었었고.
 
아니, 도대체 말이 되는가?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대사에 대해서 본인들이 조금 시끄럽고 귀찮다고 하여 반대 운동을 하다니,
그것도 다른 게 아니라 그들이 미쳐 열광하여 날뛰는 바로 그 '축구'인데 말이다.
국민들 자체가 그 따위로 글러 먹었으니...
 
3.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지금은 비록 그 열기가 엄청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롯데의 우승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 욕을 하면서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MLB도 한국 선수가 없어도 중요 경기는 비교적 TV로도 간혹 시청을 하는 편이다.
 
축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UEFA 챔피언스 결승전이나 월드컵등 주요 경기가 아니면 잘 안 본다.
요즘은 한국 국가 대항전도 거의 보지 않는 편이다.
국내 프로 축구 리그 경기는?  당연히 안 본다.
 
우리는 왜 그리 국가 대항전에 목숨을 걸고 흥분을 하는가?
과연 우리는 스포츠에 광분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가'에 광분하는 것인가?
어쩌면 중국, 일본, 한국등의 나라에서 이런 쇼비니즘적 양태가 강렬하게 나타나는 것은,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의 발달 정도나 민족적 인종적 열등의식의 또 다른 발현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 본다.
아니면 대체적으로 '단일 민족'으로 살아온 강력한 유대 의식의 발로일 뿐이라고 좋게 해석해야 하나?
 
그래서 이런 꼬라지가 보기 싫어서 나는 경쟁이 없는 승패가 없는
마라톤이나 등산을 취미로 삼았는지 모르겠다.
세상 살아가는 것도 경쟁에 치여 죽겠는데, 취미 활동마저 경쟁에 치이기는 싫었던 것인가?
아니면 워낙 운동 신경이 없기에, 아무런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종목을 선택한 것도 맞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