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로 신경주 역에 도착하였다.
직전까지 비가 내려서인지, 땅바닥은 젖어있다.
20살에 처음 이불 보따리등을 챙겨서 들어왔던 그 땅을
50을 훌쩍 넘기고 다시 살아볼까 싶어 탐방 삼아 찾아들었다.
20살의 그 많던 기억들은 거의 대부분 사라져 버렸지만,
그때 나는 나의 50대를 어떻게 그렸었던가?
하나는 정확히 맞춘 것 같다.
그리 큰 부자는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하나는 정확히 틀렸다.
그래도 부모님이 물려준 몸뚱아리를 건강하게 잘 유지할 줄 알았으니 말이다.
다른 것들?
그냥 모르겠다.
어쩌면 위의 넋두리도 지금 만들어 낸 상상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약속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일단 버스를 타고 서악동 무열왕릉으로 간다.
예정대로 움직인다면 서악이나 충효동을 1순위로 생각하니, 한번 둘러보고 싶다.
장마 기간이라 짙은 먹구름에 너무도 맑은 대기질이라,
시야는 그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또한 색깔이 너무 이쁘다.
아~~ 이렇게 강렬하게 유혹을 하다니...
거금 2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왕릉으로 들어가 본다.
나중에 보니 바로 옆으로 작은 문이 개방되어 있었다. - 뭐 그러려니 해야지...
몇몇 거대한 고분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누구의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하니...
그래도 날씨 하나는 기가 막히게 청명하다.
서악 마을로 들어간다.
그러고 보니, 예전 학생 시절 방학 한달을 여기 근처의 여관에서 지낸적이 있었다.
그리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지는 않지만, 부정한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니,
그리고 그런 기억들로 삶의 파편들이 이어지고, 나아가 전체의 무엇인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니.
'서악 서원'에 들렀다.
조용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방 한칸에 사람이 사는 듯한 분위기가 있어
조심스럽게 살짝이 구경만 하고 급히 나왔다.
다시 길을 나와 '도봉 서원'을 들른 후 본격적으로 선도산으로 길을 잡았다.
경주는 너무 남산 중심으로만 다녔기에 선도산은 오늘이 처음이다.
역시 경주는 곳곳이 유적지이다.
학생 시절에 그리 거창하게 배웠던 '진흥왕'의 묘가 이렇게 초라할 줄이야.
그리고 이어지는 '진지왕릉', '문성왕릉', '헌안왕릉' 등등...
경주에서 왕릉이 너무 흔해서 그런지, 별 다른 정취도 없는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선도산으로 올라간다.
이곳이 분명 국립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길이 많이 묵은 양상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기에, 주변 노인 인구들만 사는 것이기에 다니는 이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을게다.
'마애여래삼존입상'도 많이 상한 상태이며, 찾는 이가 드무니 더 휑해 보이기도 하다.
선도산을 내려오니 배가 고파지고 목도 마르다.
주변 국숫집에서 국수 한 그릇하고 차가운 물을 사서 다시 길을 나선다.
오랜 학창 시절을 그 품에서 지냈는데도 불구하고 미처 그 품을 알지 못하였기에,
'송화산 - 옥녀봉 - 큰갓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찾아간다.
동네 주민들이 산책삼아 다니기 딱 알맞은 길이다.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되려나???
학교 정문을 구경하고
약속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한다.
일이 끝나고 예약한 콘도에서 몸을 씻고,
포항에서 내려온 관민이와 배를 채우고 하루를 정리한다.
'어디 다녀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둘레길 4,5,6 코스 - 1 (1) | 2022.11.04 |
---|---|
다시 찾은 경주 -2 (1) | 2022.11.04 |
남도 유배길 - 3 (0) | 2022.11.04 |
남도 유배길 - 2 (0) | 2022.11.04 |
남도 유배길 - 1 (0) | 2022.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