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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등의 후기

짐 자무쉬의 '패터슨'

어제 오후부터 아침까지 읽고서 계속 찝찝한 기분으로 남아있던 소설 '좀비-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갑자기 '혹시나? 비슷한 느낌인데?' 하는 생각에 찾아보니 '대디 러브'와 같은 작가이기도 하였다.
최근에 드는 의문점, 도대체 예술성이니 문학성이니 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신들린 천재성을 가진 유일한 미국 작가'라는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는 윌리엄 바로스의 '붉은 밤의 도시'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약과 소아 성애 동성애로 가득 찬, 
마약에 쩔은 작가가 약에 취해 써 나간 듯한 그런 작품에 미친듯한 찬사를 보내는 평론가들.
최근 AI 가 만든 미술 작품이 대상을 수상하는 현실에서,
도대체 예술성이니 문학성이니 하는 것에 의문을 던져 본다.
 
하지만 의문을 던지기는 하는데, 답은 도저히 구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나는 '예술성, 문학성'등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겠다.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는 침묵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했던가?
그래서 의문은 제기를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이 부족하기에 어떤 다른 의견도 내지는 못하겠다.
내가 내는 유일한 의견은 '좋네' 뿐.
- 나쁜 것은 굳이 서로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르기에 가능한 언급을 자제하려고 한다.
 
영화 '패터슨'이 무슨 영화인가, 왜 좋은가를 묻는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는 답 만을 줄 뿐이다.
하지만 '참 좋다'는 감정 자체가 올라오기에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할 뿐이다.
내용? 그것은 별게 아니다.
뉴저지의 패터슨이라는 마을에 버스 운전기사로 살아가는 '패터슨'이라는 주인공의 일주일 동안의 일상이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여 버스 운전을 하고, 저녁에는 퇴근해서 Bar에 가서 맥주 한잔하고
토 일요일은 집에서 쉬었다가 월요일 다시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면서 영화는 끝난다.
약간의 특이점이라면
주인공의 취미가 시(詩)를 쓴다는 것이고, Bar에서 약간의 사랑 다툼이 있고,
토요일 외출하고 돌아오니 개가 시를 써 놓은 노트를 갈기갈기 찢어놔 열받았다는 정도?
그리고 이것이 갈등의 절정이라 해야 하나?

 

'이런 것으로 이렇게도 영화가 만들어지는구나?'라는 것이 첫 느낌이었다면,

'그래, 어쩌면 이런 게 진짜 영화가 아닌가?'라는 느낌표로 나아가는 듯하였다.

총칼이 날아다니고 선명한 핏자국과 비명 소리에 팔다리나 모가지 몇 개는 잘려 나가야 하고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처럼 고함을 지르고 울고 불고 난리를 쳐대는 것들에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나에게

너무도 일상적이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진짜 모습을 담으려는 감독의 노력들.

- 물론 평범하다기에는 약간은 너무 섹시해 보이는 주인공의 아내가 '옥에 티'라 해야 하나?

 
만약 영화를 자주 봤다면 이 영화가 이리 깊이 새겨졌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더구나 '좀비...'라는 약간 지저분한 소설을 읽은 이후라 반대급부적 감정도 작용하였으리라.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류의 영화이기에 더욱 방점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예술성? 모르겠다.
그냥 영화를 보는 내내, 보고 나서도 그냥 멍~하게 앉아서 
'참 좋네...'라는 느낌, '이런 게 영화가 아닌가'라는 느낌만 남아있을 뿐이다.
'아하~'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