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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쓸데없는 이야기

수준 차이?

오늘 새벽 월드컵에서 일본이 스페인을 이겼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놀라움이 반감되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한 대회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동시에 이긴 나라가 있었는가 싶다.

정말 일본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부럽고, 살짝 배가 아프기도 하고..., 뭐 그렇지만...

 

2006년부터 시작되었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라는 대회가 문득 떠오른다.

1회와 2회 대회에서 한국은 3위와 2위를 기록하면서 약간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하였었다.

하지만 그 대회 자체가 월드컵에 비할 수는 없는 수준이기에 그냥 '찻잔 속의 돌풍'으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일시적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이 약간 올라간 느낌은 있었지만,

곧 이어진 2013년 2017년 대회에서 초라한 성적을 내면서 '역시...'라는 자조만을 남기게 되었다.

마치 월드컵에서의 우루과이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 그래도 그들은 우승이라도 했었는데...

 

뭐라고 하든, 오늘 새벽만이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 일본의 선전은 어떠한 축하를 받아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코스타리카전에서 약간의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하지만, 아르헨티나도 사우디에게 패하는 현실에서

그런 걸로 시시비비를 따지기에게는 일본의 승리는 너무도 가치있고 소중하고 자랑스러워할 쾌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독일은 우짠다냐...   

 

그러면 이제부터 과연 일본의 축구는 독일이나 스페인과 쌍벽을 이룰 정도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그들이 처음 독일을 이기고 나서 '분데스리가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고맙다.'는 표현이 참 재미있었다.

그들은 스페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이 아닐까 싶다.

문득 '진정한 수준 차이'는 어떤 것일까? 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예전 2002년 월드컵 4강을 경험한 이 땅은,

마치 이후 모든 대회에도 당연히 그 정도여야 할 것이라는 되지도 않은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는 이제 그 어떤 회사도 관심이나 지원을 고려하지 않는 늙고 초라해진  '붉은 악마' 의 껍데기만 남게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 인가 '붉은 악마'라는 그 이름도 기억속으로 사라져 버렸구나...

뭐, 자본의 논리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것.

여기서 어떤 '인간적인 것', '도덕적인 것' 같은 씨잘데 없는 소리는 집어 치우도록 하자.

 

2022년 오늘날 세계 강대국을 논할 때 더 이상 소련-아니 러시아, 세대차를 스스로 실감한다.-을 언급하는 이는 없다.

당연히 '미국과 중국'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오늘날 그냥 강대국이 아니라 超강대국으로 인식되는 '중국'에 대하여,

소위 말하는 '선진국'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아직은 거시기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뒤떨어진 낡은 사고인가?

왜 중국이라는 超강대국은 그 나름의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일까?

 

구한 말 왕권이 위태로워진 이 땅의 고종은 뜬금없이 '대한제국'을 선포한다.

헌법을 만들어 (입헌) 전제 군주제의 형식으로 출발을 한다.

영어로 'Empire of Dai Han'으로 불리기를 원하였으나, 결국 'Empire of Korea'로 굳혀진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출발부터가 삐걱거리면서 어떠한 정통성이나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없었으니, 그 결말이 어떠할 지는...

차마 부끄러워 이 땅의 사람으로 서술하기가 너무 힘들다.

- 역사가는 참으로 잔인한 사람들, 아니면 고통에 대해 둔감한 사람들이 해야 할 학문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그 힘겨움을 참고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분석하고 정리하여 드러낼 수 있는 것인지...-

 

한 나라의 수준을 그리고 생존을 판가름하는 것은

단지 천박한 '돈의 논리'나 '국격 향상'등의 선언등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보다 복잡한 정치, 문화, 사회, 법률, 제도적 다양한 요소들이 응집된 결과로서 판단되는 것이다.

그리고 형식적인 선언이나 장광설이 아니라, 그 넓은 곳간을 일일이 채워나가는 부단한 땀과 노력 그리고 헌신들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한 두 번의 일회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와중에 한 두 번 아니 몇번의  삐걱댐이나 흐트러짐 또는 미끄러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고난의 시기를 꿋꿋이 이겨나가면서 진정한 '수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프로 축구를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바로 '할렐루야 축구단'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웃기면서 슬픈 프로팀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팀이 아닐까 싶다.

정치적 외압은 확인할 수 없으니 배제하더라도,

팀이라고는 달랑 하나 밖에 없는 프로팀이라니, 그래서 경기는 아마팀과 해야 하고.

아니 도대체 왜 만들었지? -- 깊은 신앙심으로? 그 분이 축구를 좋아하셔서?

지금 생각하면 하도 황당하여 웃음조차 나오기 힘든 그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인정되는 시절이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늦게(?) 1993년 출발을 하였지만,

그 이전 10여년의 준비를 거쳐 지역별 구단을 만들고, 국내외 선수층을 확보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우리나라가 왜 'K-리그'이겠는가? 하기사 중국은 'C-리그'이니, 아시아의 단결이라 이름 붙이고 넘어가자. 

 

물론 오늘 새벽 일본의 승리가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니면 진짜 그들이 8강, 4강까지 가는 걸까?

그리스가 2004년 유로 우승을 할 줄 그 누가 알았는가? 결승 당일까지도 말이다.

-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니, 특히 축구는 더욱 더...

하지만 오늘의 일본 축구의 힘은 분데스리가에서 배웠다는 스스로의 겸손함도 보다는,

수십년간 준비하고 발전시켜 온 'J-리그',

아니 만사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천하는 '日本'이라는 그 나라의 '수준'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번은 기적이지만, 반복되면 그것은 곧 실력이 아니겠는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일본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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