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다루는 책은 분명한데, 그냥 'history'가 아니라 'big history'라?
뭐 원래 광고와 타이틀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약간의 과장을 넣어야 관심도 끌고 그런 거지.
하지만 이 책은 펼치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진짜 'Big! History'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 준다.
138억 년 전 우주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45억 년 전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제 이 우주는 앞으로 2가지 중 하나의 운명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예측한다.
첫째는 지금부터 2000억 년 이후 우주는 줄어들기 시작하여 4000억 년 이후에는 다시 하나의 원자로 압축될 것이고,
그로부터 다시금 그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빅뱅이 시작될 것이라 추측된다.
이게 아니라면 우주는 무한히 확장하여 그대로 사라질 것이라 추측되고.
아~ 너무 먼 이야기라서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좀 더 가까운 미래를 이야기하자면
약 2억 년이 지나면 지각판의 운동에 의해 북극점 주위로 대륙이 다시 모여 아메시아(Amesia)라는 새로운 초대륙을 형성할 것이고
약 30~40억 년이 지나면 태양의 연료가 소진되어 팽창하게 되면서 지구는 소멸할 것이다.
그리고 태양은 타올랐던 90억 년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서서히 식어갈 게고.
미래만 이야기하지 말고 책 제목이 '역사'이니 과거는 어떠했는가?
우주의 역사를 138억 년이라 한다.
시계를 되돌려 137억 9999만 9999년 364일 23시 59분 59초 전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바로 1초 전 '빅 뱅(Big Bang)'이 시작되고 10억 분의 10억 분의 10억 분의 1초도 지나지 않은 시점을 상상한다.
그 1초도 한참 못 미치는 시간 동안 우주는 '급팽창(inflation)'을 하게 되고,
그것이 끝나는 시점에 우주는 지금의 은하 하나만큼 커졌을 것이라 추정한다?
좀 많이 커졌네?
우리 은하의 지름은 얼마일까? '10만 광년'-- 당연히 감이 오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비행체인 보이저 1호 2호의 속도가 56000km/hr
이 보이저호가 18억 년을 날아가면 도달하는 거리라고 상상하면 감이 올려나?
그리고 빅뱅이 있은 지 2억 년이 지나면서 은하들이 생기고 그리고 은하단이 형성되고...
이 정도면 'Big'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무난하지 않을까?
이 보다 더 큰 역사를 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를 이용한 분자시계에 의한 계산으로
10억 년 전 바나나와 인간의 공통 조상이 나타나고, 6억 년 전 개미와 인간의 공통 조상이 나타나는 시기
그리고 세상의 모든 대륙이 붙어서 하나의 땅덩어리인 판게아(Pangaea)를 만들었던 2억 5천만 년 이 지나면서부터 긴장감이 약간씩 떨어지고,
본격적으로 700만 년 전 침팬지에서 현생 인류의 시조가 분화되어 나온 시기 이후로는 흥미가 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약간 아쉽다.
물론 개인적인 입장일 수도 있기에 보편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최근 유발 하라리나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의 저작들이 너무 쎄게 휩쓸고 지나간 이후 나온 책이기에 그러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큰 역사를 다루다 보니 세부적인 부분에서 조금 가벼운 너무 보편적인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있는 언급들이 눈에 거슬리기는 한다.
하지만 'Big History'라는 새로운 학문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첫걸음으로는
나 같은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서술한 점은 높이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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