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담배를 끊은 지 1년 9개월이 되어 간다.
하지만 아직도 간혹 담배가 그리울 때도 있기는 하다,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영화등에서 맛있게 피우는 장면을 볼 때마다 결심을 한다.
-- 80 넘으면 다시 피워야지,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쿠바산(産) 시가는 영원한 로망이 아닌가?
지금이야 당연히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이 일반 상식이지만,
1906년 미국 약학 백과사전에서는 담배가 건강에 좋다고 명시되었으며,
특히 기침, 감기 결핵등에 담배를 처방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한다.
과연 그 의사들이 무식해서? 아니다.
담배의 유해성은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밝혀졌을 뿐이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초)미세 먼지'도 그러하지 않은가.
약 10년전부터 미세 먼지가 심한 날은 산행을 취소하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의아해했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초)미세 먼지에 관심을 기울이니 말이다.
하기는 예전 나에게 '담배는 피우면서 왜 미세 먼지는 걱정하냐?'라고 묻고는 하였다.
담배는 자발적 선택이지만, (초)미세 먼지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요되는 것이기에 더 싫다고 했었는데,
그리 동감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었다. 다들 갸우뚱할 뿐이었으니.
'(초)미세 먼지'에 한 가지를 덧 붙인다면, 간혹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도 황사니 부뚜막 연기니 자동차나 공장의 매연을 다 마시고 살아도 건강하였었는데, 지금은 왜 그러냐?'
뭐, 계속 마시고 싶은 분들은 계속 마시던지,
예전처럼 갓난아기가 있는 방안에서도 담배를 계속 피우시던지, 그래도 우리들은 지금까지 살아 있으니 말이다.
쓸데없는 이야기만 길어진 것 같다.
짧게 쓸려던 글이, 시작하면 이런 쓸데없는 내용이 들어오면서 그만 질질 늘어지니 한심해서...
조선에서는 원래 담배라는 것이 기침 가래나 회충으로 인한 배앓이등에 효과적이라 하여 4~5살 된 어린애들에게도 권하였다고 하니 남녀노소 구분 없이 널리 사랑받는 기호품이었을게다.
하지만 광해군이 어전회의에서 신하들이 피우는 담배냄새가 싫어서 못 피우게 했으며,
그것이 퍼지면서 어른 앞에서는 함부로 담배를 못 피우게 했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나는데,
찾아보니 그것은 정사의 기록은 아니라 그냥 떠도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하니, 약간 머쓱하다.
금연에 대한 역시 정확한 기록은 유럽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몇 가지만 보자.
최초로 공공 흡연을 금지한 사람은 교황 우르바누스 7세로 1590년 교회에서 흡연 시 파문했다고 한다,
즉 미사를 기다리면서 교회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영혼이 지옥에서 불타게 되는 것이라... 음...
- 이 시대의 '파문'은 사형보다 비교도 안되게 훨씬 더 위중한 죄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게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 무라드 4세는 1633년 알코올, 커피, 담배를 제국에서 전면 금지하고 어기면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아니 무슬림이 알코올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커피와 담배까지?, 더구나 본인은 엄청난 애주가이면서?
다행히 무라드 4세의 동생인 이브라힘이 권력을 잡으면서 금지령은 해제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비하면 러시아 황제의 금연령은 관대하다고 해야 할 게다.
초범은 코를 자르거나 잔인하게 폭행하거나 시베리아로 유배를 보내고, 재범이어야 사형에 처했으니 말이다.
담배도 참으로 힘든 시절을 견디고 살아남았구나 싶은데, 앞으로는 더 험난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의외로 이제 네덜란드, 덴마크, 미국 일부 등에서는 일부의 마약에 대해서 합법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금지와 합법화에서 중독자 통계의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그 근거 중의 하나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기에 담배를 둘러싼 막대한 경제 규모 및 관련 노동자 농민 및 생산 유통 업계의 정치적 경제적 반대급부와,
이미 그 손쉬우면서 막대한 규모의 재정 수익에 깊이 맛을 들인 권력에서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1990년 어느 날 갑자기 이 땅에서 시작된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이 실패로 끝난 이후
오늘날 또다시 이 땅에서 슬그머니 '마약과의 전쟁'으로 뭔가 관심 몰이를 시도하려고 한다.
하지만 워낙 굥정권의 개소리와 헛발질 그리고 초짜의 어설픔 등으로 어느덧 사람들은 그 의도를 이미 읽어 버린 듯하고,
더구나 마약에 관련된 소위 기득권층의 자식들은 전부 솜방망이 처벌로 풀려나면서 분노만 더 쌓이고 있으니,
그것도 의도대로 그리 용이하지는 않을 듯하다.
흡연자들은 누구나 담배에 대한 좋은 또는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게다.
군대 시절 의무대 뒤쪽 야산에 고추밭을 만들려고 병사와 함께 거름을 리어카에 실어 제법 가파른 도로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힘겹게 올라가다 잠시 쉬는 동안,
지나가던 병사에게 얻은 담배를 한 대씩 피우며 길거리에 앉아 쉬는데, 어찌 그리 담배가 맛있던지.
그 맛을 잊지 못하면서 어찌 감히 담배를 끊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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