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다녀온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리산이 그립다. 비가 온다. 바람이 분다. 지난 가을부터 그리도 메말라 푸석푸석한 흙먼지만 날리던 산길에, 쫄쫄 얕은 물줄기만 흐르던 집 앞의 개울에도, 이제는 제법 촉촉한 기운이, 누~런 황토 물결이 흐른다. 지금쯤이면, 저 지리산 7 암자 길이나, 도장골 조개골 등등에는 구석구석 미처 녹지 못한 얼음덩이, 눈더미 사이사이로 살포시 싹을 틔우는 새싹들, 그리고 제법 기운을 차린 물줄기들이 보일게다. 출근 길 버스 창 밖으로 내리는 빗줄기 속에 어제 마신 술이 채 깨지는 않고, 머릿속은 찌끼기들만 가득하지만 문득 지리산이 그리워진다. ### 수년 전 3월 초, 술 마시고 다음날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긁적인 것 같은데... 더보기 '자도봉어' 한바퀴 경주에 산이라 하면 대부분 제일 먼저 '남산'을 떠올린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경주에는 '남산'이라는 山이 없다. '고위봉'과 '금오산'은 있지만, '남산'은 없다. 그럼 '반야봉' '천왕봉'은 있지만 지리산은 없다? 설악산도 없네? 속리산도 없네? 그러면 한라산은? 그러기에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굳이 힘들게 억지로 정상을 찍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그 일대를 거닐면 다녀온 것과 매일반인 것이다. 경주 남산 일대를, 지리산 일대를, 설악산 일대를, 한라산 일대를 그렇게 거니는 것. 그러면 남산을 지리산을 설악산을 한라산을 다녀온 것이라 여겨도 무방할 게다. 그래도 굳이 1000m 이상을 올라가 정상을 찍고 싶으면, 뭐 그것도 좋은 생각임에는 틀림이 없고... 안강은 경주에서도 약간은 외진 곳이라.. 더보기 잘 늙어가야 할 터인데... 간만에 나름 조금 바쁜 주말이 되었다. 금요일 저녁 김해 엄마한테 가서 귀국한 형과 대방어 한 접시에 소주 한잔(진짜는 세 잔 이지만)하고 토요일은 '길병원 동기'들이 내려 오기로 되어 있어 다시 경주로 올라왔다. 원래는 형과 김해 신어산이나 무척산등을 가볍게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형이 엄마 요양 보호사 신청 문제로 다른 약속이 있어 아침에 그냥 올라왔다. 친구들은 서울과 인천등지에서 저녁에 오기로 하여 오전은 어디를 갈까 잠깐 생각하다, 언제가 한번 둘러 보았던 '마석산-남산'을 다시 가보기로 하였다. -- 그러나... 몇년전 천하 고수인 무제 형님을 따라 갔을 때는 길이 넓게 잘 닦여 있었던 것 같았기에 별 생각없이 갔는데, 완전 길이 어긋나 버려, 마석산은 구경도 못하고 남산도 둘레만 걷는 꼴이 되.. 더보기 의도하지 않은 동학 성지 순례(?) 아침에 일어나 어제 마치지 못한 글을 마저 끝내고 짐을 챙겨 출발한다. 일찍이 봐뒀던 '현곡면'을 둘러 볼 예정이다. 경주 토박이인 후배 헌영이의 권고를 받아들여, 가정리 쪽으로 둘러볼 예정이다. 11월 초순이지만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분다. 버스를 기다리다 바로 옆에 '수제 빵집'이 있어, '혹시나'를 대비해 빵을 몇개 샀다. 정확한 지리를 모르기에 근처 버스가 정차하는 곳에 내리고 바로 준비해서 출발을 한다. 천도교의 문양은 처음 보는 듯 하다. 그런데 지금도 '천도교인'들이 있기는 한가? -- 이 땅에 무슬림도 있으니 당연히 존재할 것이다. 단지 약간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 뿐일게다. '용담정'으로 가는 길이 참 좋다. 제법 찬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하늘도 더 없이 깨끗하고, 노란 은행잎이 그 정취를 .. 더보기 강화 나들길 - 3 아침에 잠시 고민을 해본다. 어제 중간에서 멈춘 2구간을 가야하나? 아니면 그냥 3구간을 갈까? '에이 어차피 완주할 것도 아니니 그냥 전등사도 볼겸 3구간으로가자.' 사람들은 단풍에 대해 저 마다의 사연과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전등사의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고 기억한다. 여러가지 사연으로 힘들었던 레지던트 생활을 마치고, 군대에서 나름 정신적 안정을 찾은 시기. 가을이 깊어지는 시기가 되면 가족과 함께 간혹 들렀던 강화의 전등사. 어쩌면 처음으로 노랗고 붉은 단풍이 아름답다는 것을 제대로 느낀 시간이 아니었는가 한다. 그러기에 그 추억은 가슴 깊이 깊이 새겨지고 말이다. 이후, 설악산 지리산 내장산등의 경치에 감탄을 하였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의 단풍은 언제나 바로 그 '전등사의 단풍'이.. 더보기 강화 나들길 - 2 저 높은 곳에서 팔을 펼치고 계신 예수의 형상에 이끌려 살짝 성당안으로 들어갔다. 제법 나이 들어 보이는 여성 한 분이 차가운 맨 바닥에 무릎을 꿇고 너무도 간절한 목소리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부귀 영화를 기원하는것이 아니리라, 가까운 누군가의 절박함과 애절함을 하소연하고, 오직 주님과 성모 마리아의 이름만을 부르며 기도하고 있었다. 그 절절함이 바라보는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듯 하였으니... 성당을 나와 '고려 궁지'로 올라갔다. '승평문'을 지나고 나니 '강화 유수부 동헌'이 나왔다. 모형들이 있어 그 시대의 장면을 연출하려는 듯 하였으나, 그 유치함이 차마 여기 옮기기 거시기하여 사진은 없다. 왕실의 주요 문헌을 보관하였다는 '외규장각'은 공사중이었으나, 그 협소한 내부에 그리 중요한 것.. 더보기 강화 나들길 - 1 강화도 - 이번이 경주로 내려가면 언제 다시 찾아올 수 있으려나... 김포에 살던 군대 시절 마니산과 전등사 그리고 마라톤을 위해 간혹 들렀던 곳이다. 공주에서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며칠 쉬는 시간에 한번 다녀와야 겟다고 생각을 하였었다..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섰다. 역시 '버스-지하철-KTX-지하철-지하철-버스'의 여정을 거쳐 강화 여객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어느듯 점심이 가까운 시간이라 식당에서 가볍게 비빔밥과 김밥을 먹었다. -- 음식 조합이 이상한 것은, '칼국수와 김밥'을 시켰는데 아주머니가 잘 못 듣고 비빔밥을 가져왔다. ㅎㅎㅎ... '강화 나들길 1코스'의 출발점이 터미널이기에 천천히 시작한다. '강화도'는 평소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곳인지 몰라도, 한반도의 역사에서 중세와.. 더보기 외씨 버선길 - 4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안개가 걷히면서 제법 따가운 햇살이 비친다. 이렇게 차가운 서리를 3~4차례 맞아야 사과는 더 맛있어 진다는데. 예전 울산에 살 때는 청송에 지인이 있어 몇 년간 사과를 받아 먹었었는데, 사람이 간사한 것인지, 남원 지리산 사과를 먹은 이후로는 청송 사과를 가까이 하지 않았었구나. 그래도 여전히 이 곳 청송과 지난 달 다녀온 영주 주위에는 온 천지 사과 밭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여전히 사과 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소나무 숲과 얕은 개울을 지나 길을 이어 나간다. 그리 멋있거나 아름답다고 느껴지지는 않으나, 가을 햇살 아래 참 걷기 좋은 길이라 여겨진다. 세상이 그러 하지 않은가? 뭐 다 잘 나고 멋있고 이쁜 것들만 뻐기며 살아가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별 볼일 없는, 그리 잘 ..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