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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등의 후기

'포가튼 러브' - 나는 해피 엔딩이 좋아. 근래에 들어 한 번에 영화 한 편 전부를 보기가 너무 어렵다. 지난번 그 좋은 영화 '피아니스트'도 결국 이틀에 걸쳐서 봐야 했으니. 하기는 10-20분 보다가 포기해 버리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니, 그건 분명 영화의 잘못이 아니라 내 정신 상태의 불안정이나 다른 미묘한 문제 탓이라 여겨야 할 게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하룻 저녁에 2시간 20분짜리를 다 봤으니 나도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2023년에 발표된 폴란드 영화인 '포가튼 러브'이다. 내용은 약간 유치한 동화 속의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엮어 놓은 듯하기도 하다. 엄청 뛰어나고 인도주의적인 외과 의사가 행복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부인이 딸을 데리고 사랑을 찾아 떠나 버리고, 그들을 찾으러 간 주인공은 깡패들에게 폭행을 당해 기억상실증에.. 더보기
영화 'Race to Summit' '산을 다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속도에만 급급하면서 빨리 가는 것 같아.'라고 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그러면서 꼭 덧붙이는 말이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그들은 천천히 즐기면서 다니는 데, 특히 한국 사람들이 유별난 것 같아.'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첫째, 외국에서 직접 산을 다녀본 경험이 거의 없거나 둘째, 한국에서도 그리 열심히 산을 다니지는 않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알프스 3대 북벽'으로 꼽히는 아이거 북벽(north face), 마터호른 북벽, 그랑드 조라스 북벽 이곳을 그냥 오르는 것이 아니라 프리 클라이밍이라 하여 로프나 어떠한 보호 장비도 없이 홀로, 더구나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에 경쟁적으로 올라가는 이들이 있다. 정말 미친 인간들이 .. 더보기
2023년 낯설지 않게 읽혀지는 '미국을 노린 음모' 개인적으로 미국이나 일본 소설에 대해서 그리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한다. '위대한 캐츠비', '노인과 바다', 호밀밭의 파수꾼' 등이 왜 그리 각광을 받는지 솔직히 내 수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필립 로스', 매년 강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으면서도 이제는 세상을 떠났기에, 수상 가능성이 없어져 버린 그 작가도 나에게는 그러하였었다. '에브리맨',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등에서 접해봤지만, 역시 타 미국 작가들과 비슷하게 그리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그가 왜 그 많은 상을 수상하고 노벨상 후보로도 그리 자주 거론되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여름휴가로 홀로 알프스 트레킹을 다녀온 후유증인지, 뭔가 붕~ 뜬 기분으로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기에 이리저리 뒤적거리다 우연히 발견한 책. 제.. 더보기
난 도대체 뭘 읽은거지? 새로운 영화가 있나 싶어 넷플릭스를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낯익은 제목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10년 전 쯤 '백년동안의 고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나서, 가브리엘 마르케스라는 이름에 혹해서 구입하여 읽은 책이다. 그때는 별 다른 감흥을 느낀 것 같지는 않다. 책장에 꽂힌 채 다시 읽을 생각을 별로 하지 않은 것을 보니 말이다. 영화로 나왔기에 보고 나니, 다시 책으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용이었나? 거의 기억에 없다. 솔직히...- 찾아보니 150페이지 정도 되는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영화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예전보다는 전체적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역시 감흥은 그리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우연히 옮긴이의 글을 .. 더보기
'와일드 후드' - 묘하게 와닿는 책 '북 파워셀러' 라고 하면 단어가 되는가?-어설픈 영어로 만든 콩글리쉬인가?-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유명세에는 유시민의 영향이 컸다고 작가도 언급하곤 한다. 이 책 '와일드 후드'도 표지의 '유발 하라리'의 사진에 먼저 눈이 간 것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더구나 '모든 날것들의 성장기'라는 부제적 타이틀도 제법 관심을 끈 것도 있었다. '와일드후드'라?, 그냥 느낌상 거친 시기 또는 질풍노도의 시기 같은 그런 뜻이겠지 싶었다. 하지만 사전을 찾아보니 'wildhood'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냥 이 작품을 쓰면서 작자들이 새로 조합하여 만든 단어라 한다. 어 'wildhood'라는 영화도 있는데? - 2022년에 제작된 영화로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굳이 찾아보지는 않.. 더보기
'야만의 시대' 1. 에릭 홉스봄은 20세기를 돌아보면서 '장기(長期) 19세기'와 비교하여 '단기(短期) 20세기'라 자주 인용하면서 동시에 책 제목으로는 '극단의 시대'를 뽑았었다. 그리고 14세기 '자크리 농민 전쟁'을 다룬 이 책은 제목으로 '야만의 시대'를 뽑았고. 하지만 20세기를 '야만의 시대'라 한들, 14세기를 '극단의 시대'라 한들 별 차이가 있으려나? 14 세기의 종교, 토지, 왕권을 둘러싼 극단적인 대립의 역사를 논하면 '극단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으려나? 제목(Title)은 다들 그렇게 뽑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보다 관심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 '유토피아'의 서문에서 토마스 모어는 여러 번 반복한다. 이 책에서 자기가 한 역할은 그냥 받아 쓰기에 불과할 뿐이고, 모든.. 더보기
짐 자무쉬의 '패터슨' 어제 오후부터 아침까지 읽고서 계속 찝찝한 기분으로 남아있던 소설 '좀비-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갑자기 '혹시나? 비슷한 느낌인데?' 하는 생각에 찾아보니 '대디 러브'와 같은 작가이기도 하였다. 최근에 드는 의문점, 도대체 예술성이니 문학성이니 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신들린 천재성을 가진 유일한 미국 작가'라는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는 윌리엄 바로스의 '붉은 밤의 도시'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약과 소아 성애 동성애로 가득 찬, 마약에 쩔은 작가가 약에 취해 써 나간 듯한 그런 작품에 미친듯한 찬사를 보내는 평론가들. 최근 AI 가 만든 미술 작품이 대상을 수상하는 현실에서, 도대체 예술성이니 문학성이니 하는 것에 의문을 던져 본다. 하지만 의문을 던지기는 하는데, 답은 도저히 구할 수 없다. 무엇보다,.. 더보기
우신 예찬 여럿이 모여 술을 마신다. 그런데 한 명이 좀 시끄럽다. 그렇다고 술값을 낼 정도로 돈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본인이 좀 안다고 혼자 떠드는데 그 내용이 좀 거시기하다. 시인 소설가 철학 교수들을 욕하는 건 그런대로 참을 만 하지만, 신부님을 면전에 대고 주교, 추기경, 교황을 싸잡아 욕하면서 씨씨덕거린다. 그리고는 자리가 마칠 때쯤 되니 은근히 찝찝하였든지 마지막 한마디 던진다. '같이 마시고 다 기억하는 놈을 나는 증오한다.' 그러고는 막잔을 들면서 '이제 여러분, 안녕히! 박수 치라! 행복하라! 부으라, 마시라!'. 아니, 그렇게 하면 모든 게 끝인가? 1511년 이 책이 출간되고 각국에서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하니 그 당시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을게다. 물론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