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우신 예찬 여럿이 모여 술을 마신다. 그런데 한 명이 좀 시끄럽다. 그렇다고 술값을 낼 정도로 돈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본인이 좀 안다고 혼자 떠드는데 그 내용이 좀 거시기하다. 시인 소설가 철학 교수들을 욕하는 건 그런대로 참을 만 하지만, 신부님을 면전에 대고 주교, 추기경, 교황을 싸잡아 욕하면서 씨씨덕거린다. 그리고는 자리가 마칠 때쯤 되니 은근히 찝찝하였든지 마지막 한마디 던진다. '같이 마시고 다 기억하는 놈을 나는 증오한다.' 그러고는 막잔을 들면서 '이제 여러분, 안녕히! 박수 치라! 행복하라! 부으라, 마시라!'. 아니, 그렇게 하면 모든 게 끝인가? 1511년 이 책이 출간되고 각국에서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하니 그 당시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을게다. 물론 그.. 더보기 브라질과 한국이 이렇게 만나는구나 코로나가 한참 유행일 때 브라질에서는 누적 사망자 수가 중국을 넘어서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나라는 당연히 난리가 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여야 할 것이고, 하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일 뿐이다. 전자는 맞고 후자는 아니다.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었던 보우소나루의 입장을 들어보면, "날더러 뭘 어쩌란 말입니까? 내 이름이 보우소나루 메시아긴 하지만 내가 기적을 행할 순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이 당장 치료약이나 예방약을 발명할 수도 없는 것이고, 각자가 조심해야 하는데 그걸 일일이 대통령이 관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죽고 사는 게 어디 인간의 능력의 범주에 속하는 것인가? '하늘의 뜻'인 걸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그는 탄핵은 당하지 않고 단지 선거에서 패배하였을 .. 더보기 경주 벚꽃 구경 매화가 피면 '이제 삭풍 한겨울은 지났구나'라고 느낀다. 길거리나 언덕배기에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아, 이제 봄이 오긴 오는구나'라고 느낄 게다. 그러다 벚꽃이 피면 '아, 마침내 봄이 깊어졌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지난 금요일 버스를 타고 가는 길가에 벚꽃이 만발하였기에, 오늘은 근무를 마치고 낡은 카메라를 들고 '김유신묘' 근처를 갔다. 버스를 타고 경주병원 근처에 내려서 천천히 걸어간다. 역시 해가 많이 길어졌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이기에 '역시 월요일이라 사람이 없구나...'라는 착각을 하였었다. '김유신묘'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한때는 이곳의 진위여부가 잠시 논란이 되기도 하였으나, 한국 사학(史學)의 한계성인지 그냥 흐지부지 지나가 버렸다. 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언제일까? 대부분이 .. 더보기 좀비와 궐위기(interregnum) 누구나 자기가 살아가는 시대와 상황이 가장 힘들게 여겨진다. 부산 수영에서 군 생활한 이에게 전국에서 가장 추운 곳을 묻는다면 어김없이 '수영'을 첫 손에 꼽을 것이고, 강원도 인제에서 군 생활한 이에게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을 꼽으라면 당연히 '인제'를 첫 손에 꼽을 것이다. 자신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이며 상황이었기에 그렇게 기억되는 것이 당연할 게다. 다른 이가 아니라고 우기면 뭐 하겠느냐, 본인이 그렇다는데 더 할 말이 있겠는가. 공자는 '춘추 시대'를 가장 타락한 시대라 한탄하며, 항상 주나라의 문왕과 무왕의 시기를 이상향으로 꿈꿨었다. 왜? 별 다른 이유가 있겠는가? 그가 살았던 그 시대가 바로 '춘추시대'였을 뿐이었다. 그가 죽은 지 100년이 지난 '전국시대'는 과연 '춘추시대' 보다 조금이.. 더보기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전설의 강도가 있었다고 한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극진히 대접하여 잠자리까지 제공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만약 키가 크면 목이나 다리를 자르고, 짧으면 억지로 늘려서 침대 크기에 맞추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한 명 빼고는 다 죽였는데, 다행히 겨우 살아남은 그 한 명은 노예가 되어 시중을 들었다고 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내가 제공하는 그 좋은 침대가 사람들에게 너무 크거나 너무 작으면 안 되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가 알맞다고 생각하여 만든 침대가 잘못되었단 말인가?' 더구나 죽은 아들이 저승에서 외로이 있을까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지극히 도덕적 행위이기도 하고. '논리'란 항상 그런 것이다. 스스로를 최대한 합리화하여.. 더보기 너무 일찍, 또는 너무 늦게 '그것 하나 제대로 딱딱 못 맞춰?' 예전 '쓰리랑 부부'에서 순악질 여사로 나왔던 김미화씨의 대사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뭘 하나 제대로 딱딱 잘 맞춘다는 게 참으로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뭐를 제대로 해보려면 대부분 조금 늦거나 때로는 너무 앞질러 설치는 꼴이 되어 난장판이 되기 십상이니 말이다. 시간이란 것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균일하게 주어진 것 같은데, 각자가 그 주어진 시간을 사용하는 과정이나 흐름을 보면 가장 불공평한 게 또한 시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구에게는 너무 넘쳐서 난리이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모자라 허득이게 하고 더구나 가장 가슴 쓰리게 아프게 하는 것은 소위 그 타이밍이라는 것이 거의 대부분 '너무 일찍, 또는 너무 늦으니'... 일주일에 4일 정도를 .. 더보기 이제야 '아Q정전'을 조금은 이해를 하겠다. 어제저녁에 책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오에 겐자부로'의 부고 소식을 접하였다. 일본 문학을 그리 선호하는 경향은 아니기에 작품으로 접해 본 것은 '개인적인 체험', '만엔원년의 풋볼' 정도에 불과하다. 아마 그의 작품보다는 반전 평화주의자등 활동가로서의 그의 활동과 발언등에 의해서 더욱 깊이 남지 않은가 싶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가 '20세기 아시아의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칭한 루쉰이라는 이름이 함께 떠오른다. 내가 루쉰를 처음 알고 찾아보게 된 계기는 故이영희 선생을 통해서이다. 생전에 그분이 가장 좋아한 작가로서 주저 없이 루쉰를 꼽고, 그에 대한 많은 글을 남겼으니 말이다. 루쉰의 작품으로 누구나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올리는 것이 바로 '아Q정전'이 아닐까 싶다. 정말 비루하게 살아가는 '아Q'라.. 더보기 역시 일본이야... 10여 년 전의 사소한 기억이 하나 있다. 당시 근무하던 병원의 소위 문전 약국이 바뀌는 일이 있었다. 그 약사들은 병원 외래와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명목이었는지 회식을 하자고 하였다. 두 차례에 나누어했는데, 그게 좀 애매하였다. 외래 조무사들과는 삼겹살로 하고, 진료 의사들과는 소고기로 하였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달리 보면 치사하게 먹는 걸로 차별을 하는가?라는 느낌도 들 만하지 않았나 싶다. 마키아밸리는 군주에게 단단하게 충고를 한다. 신민(臣民)들이 열을 요구하면 겨우 힘들게 한 두 가지만 해결해줘야 한다고. 만약 요구하는 대로 들어주려고 하면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고, 그러면 왕의 권위가 무너질 것이라 경고한다. 하나를 들어주면 둘을 요구하고, 도저히 만족을 모.. 더보기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