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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순례길' -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 3년 전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예약하였었다. 일정상 전체는 어렵기에 레온에서 산티아고까지 300여 km를 12박 14일, 그러니 10일 정도를 걷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하필이면 당시 코로나 사태로 결국 위약금을 물고 취소를 하였다. 나는 왜 그 길을 갈려고 하였을까? 그리고 지금도 가려고 하는 걸까? 그냥, 남들이 가는 길이기에, 다들 좋다고 하기에, 나름 유명하다기에... 혹시 종교적 이유로? Oh, 절대 No이다. 나는 여전히 강경한 '反종교주의자'임에 틀림이 없으니 말이다. 히말라야의 그 많은 산군들은 8000m를 넘는 것만 하여도 14좌이며, 이미 모두 인간에 의해 정복되었다. 그러기에 이제 5000~6000m 정도의 높이는 훈련된 일반인도 장비를 가지고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시대이다. 하지만 6.. 더보기
단석산 3.1절이라, 애국애족 마음을 되살리자? 뭔 소리인지?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하지도 않았기에 침략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닌데, 조선은 그냥 안에서 썩어서 자신을 지킬 힘이 없어 무너졌을 뿐이데..." 이런 말을 하는 인간이 이 땅의 여당 비상대책 위원장으로 버젓이 행세하는 2023년 현실에서 3.1절이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기는 한가? 아~ 의미가 있다. 중요한 의미가 있구나. 바로 '노는 날'이다. 전날 포항에서 대학 친구들과 모임이 있기도 하였기에 집에 가기는 틀렸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오래간만에 단석산을 찾기로 한다. 아침에 병원에서 밥을 든든히 먹고 버스를 타고 건천으로 간다. 솔직히 처음에는 언감생심으로 '단오종주'를 상상하였었다. 몇 년 전에는 들머리 부위에 공사가 한참 이었던 것으로 .. 더보기
'에라스무스 평전' - 작가의 과도한 감정이입? 평전(評傳)이라는 것은 지나간 한 사람의 삶의 흔적과 궤도를 따라가며 그려가기 마련이다. 당연히 먼저 그 시대를 이해하여야 할 것이고, 그 주위 사람들과의 이러저러한 관계를 풀어가면서 작가가 도출하려는 그 '인물'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상이 하나하나 잡혀 나가는 것일 게다. 그런데 이 세상에 어찌 완벽한 객관성이나 보편성 또는 중립적 태도라는 것이 존재하겠는가. 더구나 작가가 그 인물을 통하여하고 싶은 말이 있기에, 뭔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기에 그 어려운 글쓰기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필연적으로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 이입은 필수 불가결인 오히려 핵심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다. 그게 없다면, 그냥 위키페디아등에 등록된, 아니면 만화책으로 된 요약집이나 보면 될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 같.. 더보기
'평범한 인생' - 평범한 여러 alter ego들 소설이란 것이 한번 읽고 지나가면 끝인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없거나 땡기지 않는 작품이 아니라면 가능한 두 번은 읽어봐야 그 맛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이 그러하지 않은가 싶다. 처음으로 '로봇(robot)'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오래전 '도룡뇽과의 전쟁'이라는 약간은 황당한 제목과 배경의 작품에서였다. 이후 잊혀 있다가 몇 개월 전 '평범한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그를 다시 만나게 된 셈이다. 몇 달 전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은? 별로 없다. 그러기에 다시 읽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 요즘은 너무 기억이 없어진다. 지난 시절의 과도한 알코올과 니코틴의 잔재인지 아니면 치매 초기인지... 심해도 너무 심한 것.. 더보기
비 내리는 그저 그런 아침 새벽에 오줌이 마려워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다행인데, 대신 평소보다 일찍 떠진 눈이 더 이상 감기 지를 않아 뒤척이다가 그냥 일어난다. '에이~ 지내다가 졸리면 다시 자지 뭐...' 우유에 콘플레이크를 섞어 한 그릇하고, 커피에 초코과자를 먹고 약을 먹는다. 폰으로 확인하니 강우량이 10mm를 넘었다고 하니, 그리 적은 비는 아니다 싶어 창문을 열고 잠시 나가 본다. 아직 여명에 분명히 보이지는 않아 나가서 직접 맞아보니 그리 굵지도 않지만 그리 가늘지도 않은, 겨울 치고는 제법 비다운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작년 봄과 여름 남부 지방이 가뭄에 허득일 때 대전을 비롯한 중부 지방은 제법 비가 내렸었는데, 겨울이 지나가면서 다행히 지난 일요일과 함께 오늘도 제법 되는 양의 비가 내릴 것 같아 다행이라 여겨진.. 더보기
'Big History'라... 역사를 다루는 책은 분명한데, 그냥 'history'가 아니라 'big history'라? 뭐 원래 광고와 타이틀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약간의 과장을 넣어야 관심도 끌고 그런 거지. 하지만 이 책은 펼치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진짜 'Big! History'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 준다. 138억 년 전 우주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45억 년 전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제 이 우주는 앞으로 2가지 중 하나의 운명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예측한다. 첫째는 지금부터 2000억 년 이후 우주는 줄어들기 시작하여 4000억 년 이후에는 다시 하나의 원자로 압축될 것이고, 그로부터 다시금 그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빅뱅이 시작될 것이라 추측된다. 이게 아니라면 우주는 무한히 확장하여 그대.. 더보기
지리산이 그립다. 비가 온다. 바람이 분다. 지난 가을부터 그리도 메말라 푸석푸석한 흙먼지만 날리던 산길에, 쫄쫄 얕은 물줄기만 흐르던 집 앞의 개울에도, 이제는 제법 촉촉한 기운이, 누~런 황토 물결이 흐른다. 지금쯤이면, 저 지리산 7 암자 길이나, 도장골 조개골 등등에는 구석구석 미처 녹지 못한 얼음덩이, 눈더미 사이사이로 살포시 싹을 틔우는 새싹들, 그리고 제법 기운을 차린 물줄기들이 보일게다. 출근 길 버스 창 밖으로 내리는 빗줄기 속에 어제 마신 술이 채 깨지는 않고, 머릿속은 찌끼기들만 가득하지만 문득 지리산이 그리워진다. ### 수년 전 3월 초, 술 마시고 다음날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긁적인 것 같은데... 더보기
진화론으로 이해해 볼까? 자동차를 보면 나라마다 약간씩 또는 약간 심하게 기능이나 스타일등에 차이가 있지만 결국 우리가 보편적으로 '자동차'라 인식하는 그 개념에는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전기 자동차니 수소 자동차등이 나오면서 근본적인 혁신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또 하나의 주류가 형성되고 그것이 전체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너무 오래전 이야기로 돌아가지는 않겠다. 1994년 에티오피아 아파르 삼각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의 뼈가 발견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루시(Lucy) - 맞다, 최민식이 나온 영화 루시다.'는 약 330만 년 전이었다면, 새로이 발견된 '아르디-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는 440만 년 전이라 추정된다. 약 700만 년 전 침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