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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그냥 일상이 아니다. 1917년 10월26일(당시 러시아 율력상) -- 러시아 페테르스부르그에도 아침이 밝아 온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 전철을 타려고 준비하고, 대부분의 상점들은 문을 열고, 극장과 영화관등은 그 날의 공연을 준비하고...' 10월 24일이후로 이틀동안 벌어진 지독한 내전의 와중에 동궁이 폭격을 받고 케렌스키는 도망가고 그리고 임시정부는 붕괴되고, 간간히 시가전은 벌어지고 있고, 전국에서 모인 소비에트는 예전의 체이가를 부정하고 새로운 소비에트를 만들고... 무엇보다 페테르스부르그 근방 30km 위치까지, 케렌스키 코르닐로프 지지 세력과 코사크 부대, 야만부대등이 곧 침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을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모든것이 마치 남의 일인 듯 습관처.. 더보기
소설 '아노말리(anomaly)'와 니체의 '영원회귀' 1. 3월의 어느 날, 기상 이변으로 인한 폭풍우를 뚫고 비행기 한 대가 무사히 착륙을 한다. 그런데, 그 해 6월에 같은 기장 같은 승객을 태운 같은 비행기가 다시 같은 상공에 나타나고 착륙을 한다. 그리고 기장과 승객들은 그날을 3월의 그날로 인식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당연히 SF 소설로 가볍게 넘길 수도 있으나, 2020년 콩쿠르상 수상작이라니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게 유명한 문학상의 힘이고, 우리는 대충 굴복하며 지내지 않는가... 즉 같은 비행기가 같은 기장 및 승객들을 태우고 두 번 착륙한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은 4개월 후 같은 비행기가 다시 상공에 출현하고 정부는 그 비행기를 격추해 버린다. 무한히 동일한 것들이 반복되는 상황과 그로 인한 무한한.. 더보기
연산홍 머리위에 소복히 눈처럼 덮힌 벚꽃이 피었다가 지는 것에만 시선이 머물렀더니, 문득 내려다 보니 어느새 무릎 근처에는 연산홍이 붉게 물들어 있었구나. -- 수 년 전 긁적여 놓고서는 잊고 있었는데, 어디 구석에서 발견한 글귀 더보기
'나는 졌다' 으슥하고 구석진 곳에서 자그마한 목소리로, 아니 고개를 들고 좀더 큰 목소리로 선언을 한다. "나는 졌다!!" 잠깐만 눈을 돌렸다 하면 새롭게 튀어 나오고 개발되어 우리들을 유혹하는, 이제 그 경쟁자를 인간 자체로 설정할만큼 성큼성큼 발전해 버린 콤퓨터등의 현대 기기에 대해서 "졌다." 이제 더 이상 뭔가를 배울려고 하지 않겠다. 그냥 기존의 '얕은' 지식으로 꾸역꾸역 -아날로그를 병행하며- 버텨 나갈려고 한다. 노동자라 하기에는 뭐하고 그렇다고 자본가는 더더욱 아닌 약간 애매한 위치에 있는 지금, 뭔가를 가지기 위해 더 나아가기는 겁이 나고 뒤로 물러서기에는 갈데가 없는 현 처지에 대해서 그냥 "졌다." 이대로 있겠다. 패배자라 하여 꼭 물러서거나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패자가 있어야 승자.. 더보기
'용서' - 개에게나 줘 버려라. 배워야 한다, 한참을 더 배워야 한다. 그냥이 아니라 뼈에 사무치게 깊이깊이 배워야 한다. 그들이 적들로 규정한 자들에게 얼마만큼이나 잔인하게 응징하고 짓밟는지를. 이번에도 제대로 배우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정말 희망이 없다. 그냥 쓰레기가 될 뿐이다. 적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다시는 얼쩡거리지 못할 정도로, 까불 생각도 못하도록 철저히 짓밟아야 되는 것이다. 적들에게 공포를 두려움을 뼛속 깊이깊이 새겨 주지 못한다면, 그냥 전쟁터에서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고 무릎을 꿇어라,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 오늘날 가장 원망스러운 사람을 뽑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한 명을 선택한다. 바로 김대중. 그는 왜 이 땅에 '용서'와 '화해'라는 가치를 섣불리 어설프게 뿌리려 하였는가? .. 더보기
수준 차이? 오늘 새벽 월드컵에서 일본이 스페인을 이겼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놀라움이 반감되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한 대회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동시에 이긴 나라가 있었는가 싶다. 정말 일본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부럽고, 살짝 배가 아프기도 하고..., 뭐 그렇지만... 2006년부터 시작되었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라는 대회가 문득 떠오른다. 1회와 2회 대회에서 한국은 3위와 2위를 기록하면서 약간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하였었다. 하지만 그 대회 자체가 월드컵에 비할 수는 없는 수준이기에 그냥 '찻잔 속의 돌풍'으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일시적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이 약간 올라간 느낌은 있었지만, 곧 이어진 2013년 2017년 대회에서 초라한 성적을 내면서 '.. 더보기
이런게 갱년기 장애인가? 어제 밤에는 월드컵 축구 2차전에서 가나에게 2:3으로 졌다고 한다. 문체를 봐서 느끼겠지만, 나는 전반적 15분 정도만 보고 별 재미가 없어서 TV를 껐었다. 그냥 혼자 방에서 낮에 읽었던 에리크 뷔야르의 '그 날의 비밀'을 마저 끝냈다. 약 150 페이지 정도의 큰 활자체로 씌어진 작은 부피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그리 작지 않은 2차 세계 대전에 대하여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용의 소설(?)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소설이 맞기는 한 지도 약간 애매하다. 하지만 2017년 콩쿠르 상을 수상하였다니 소설이라 해야 하겠지만, 오히려 내용이나 흐름면에서 에세이에 더 가깝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가의 '7월 14일'을 읽어보면 '아~~'라는 느낌으로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 더보기
잘 늙어가야 할 터인데... 간만에 나름 조금 바쁜 주말이 되었다. 금요일 저녁 김해 엄마한테 가서 귀국한 형과 대방어 한 접시에 소주 한잔(진짜는 세 잔 이지만)하고 토요일은 '길병원 동기'들이 내려 오기로 되어 있어 다시 경주로 올라왔다. 원래는 형과 김해 신어산이나 무척산등을 가볍게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형이 엄마 요양 보호사 신청 문제로 다른 약속이 있어 아침에 그냥 올라왔다. 친구들은 서울과 인천등지에서 저녁에 오기로 하여 오전은 어디를 갈까 잠깐 생각하다, 언제가 한번 둘러 보았던 '마석산-남산'을 다시 가보기로 하였다. -- 그러나... 몇년전 천하 고수인 무제 형님을 따라 갔을 때는 길이 넓게 잘 닦여 있었던 것 같았기에 별 생각없이 갔는데, 완전 길이 어긋나 버려, 마석산은 구경도 못하고 남산도 둘레만 걷는 꼴이 되.. 더보기